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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언론사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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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언론사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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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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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세무조사로 촉발된 ‘언론탄압ㆍ개혁’ 공방이온 나라를 이편 저편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다.각 세력의 입장차와 대립양상은 과거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 공방을 능가할 만큼 확연하고 치열하다.

정치권과 당사자인 언론, 지식인,사회단체 등은 서로 대립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적의적은 동지’ ‘적의동지는 적’인 양상까지 띠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득없는 극단적인 게임’이 나라 전반에 치유할 수 없는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접점이 보이지 않는 ‘언론 탄압ㆍ개혁 공방’의 실상과 전망을 조망하고 치유책을 모색해본다.

▼전방위ㆍ무차별 대립

’언론 공방’은 가히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다.

정당이 시민단체와 언론을, 지식인이 언론사와 정당을, 언론사가 정당과 지식인을 공격하고 , 그들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린다.

또 야당이 ‘김정일 답방용’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대립영역이 언론탄압 여부를 성큼 뛰어 넘어 남북문제로 확장됐고, 선정적인 이데올로기 공격이 난무하는 비이성적인 행태까지 띠고 있다.

논쟁이 장기국면에 접어들면서합종연횡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 한겨레신문 등 일부 언론사, 진보적 교수와 문인, 시민 단체들은 ‘언론개혁’을 주장하며 한 편을 이루고 있다.

그반대편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사와 한나라당, 보수적 지식인, 일부 사회단체가 ‘언론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다. 집단적인 편싸움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일게 한다.

▼색깔론으로 번진 정치권 공방

정치권의 공방은 색깔론으로까지 번져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한나라당을 ‘극우세력’ ‘극우동맹’ ‘특권층 동맹’이라고 지칭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고, 한나라당 역시 여당을 향해 ‘극좌동맹’ ‘대중선동주의’로 비난하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은 자신과 이해관계를같이하는 세력을 위해 대리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여당에 대해 ‘마오쩌둥(毛澤東)의 홍위병’이라고 비난하자, 민주당은 “조선일보는 이회창(한나라당 총재)의 기관지”라고 맞받아 쳤다.

또 한나라당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위한 정지 작업론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반민족적 정치공작”이라고 역공했다.

공방이 격화함에 따라 한나라당의개혁세력인 ‘미래연대’가“현 상황은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밝히고, 김근태(金槿泰) 민주당 최고위원 등 여당의 개혁세력은 “언론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라고 세무조사를 옹호하는 등여야의 초ㆍ재선 개혁모임도 당론에 따라 갈라섰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의원은 일부 언론사와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 등 지식인들을 싸잡아 비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지식인들도‘편 싸움’

지식인들의 유례없는 편싸움도 점입가경이다.

이들의 대립양태 역시 이성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가 현상황을 “유대인학살을 정당화하는 나치의 대국민 선전선동”에 빗대며 신랄하게 비난한 데이어 유석춘(柳錫春ㆍ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권력의 악령들의 문화혁명’이라고 몰아 붙였다.

반면 김대환(金大煥ㆍ인하대 경제학)교수는 언론탄압을 주장하는 신문사들에 대해 “언론자유를 먹칠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유시춘(柳時春ㆍ소설가)씨는 야당에서 제기하는 색깔론은 매카시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고 대응했다.

▼‘감정대결’치닫는 언론

언론사들간의 대립 역시 도를 넘어서고 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현 세무조사를 “비판언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비난하자, 한겨레신문은 “먼저 자숙하라”며 맞섰다.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중앙일보가 “정부의 신문 때리기가 도를 더하고있다”고 비난하자 자성을 주장했던 경향신문과 대한매일신보도 각각 ‘언론 탄압론의 허상을 거둬라’와 ‘결국 색깔론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편가르기는 사회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문개혁국민행동, 민주언론운동연합 등이 정부여당과 입장을 같이한 반면, 국제펜클럽한국본부,자유지성 300인회,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등이 야당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은 ‘법적 절차 준수’를 강조하며 관망태도를 보이고있다.

▼‘모두파멸’ 공방중지해야

언론공방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지만 심판관이자 청중인 국민들의 얼굴빛은 혼란 속에 냉소적인 색깔로 바뀌고 있다.

정모(33ㆍ회사원)씨는 “어느 쪽 주장에도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면서“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정쟁이 끝난다면 정치권은 물론 언론사, 지식인, 시민단체 모두가 신뢰를 상실할 것”이라고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극단적인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제3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참여연대의 김두수(金斗守)시민감시국장은 “지금과 같은 비이성적인 공방은 결국 모두를 파멸시킬 것”이라며 “당장 세무조사와 관련한 일체의 공방을 중지하는 것 외에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언론개혁 VS 언론탄압

▦정경희(鄭璟喜ㆍ언론인)

"탈세는 오래된 권력형 비리"

오늘날 언론은 정부는 물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기관의 탈세는 오랜기간 권력과의 밀착과정에서 생긴 권력형 비리라 생각한다.

과점언론들은 언론사도 세무조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면서도 언론탄압이라 주장하는데 도대체 뭐가 속내인지 알 수가 없다.

과점언론들은 ‘언론탄압’을 논하면서 자신들이 의로운 희생양인 것처럼 보도태도를 일삼는 데, 언론탄압은 군사정권 때나 가능한 흘러간 유행가다.

언론은 객관적 눈으로보도ㆍ논평해야 함에도 과점언론의 보도태도는 정도를 벗어나 있고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언론이 사회의 공기이기보다 오너들의 사기(私器)로 기능하는 것이다.

▦성유보(成裕普ㆍ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묵인돼온 관행 시정은 당연"

언론개혁 본질은 언론을 권력화하는 낡은 법과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며, 현재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있는 제도 내에서 신문시장을 좀더 투명하게 하기 위한조치에 불과하다.

법치주의의 테두리 내에서 적용된 세무조사 등 일련의 언론정책을 언론탄압이라 주장한다면 탄압을 받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오히려 역대정권들이 직무유기를 해 온 것이다.

더욱이 이것이 언론탄압이라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묵인돼 온 관행을 지금에와서 파헤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그렇다면 관행을 무한정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김학천(金學泉ㆍ건국대 신문방송학과)

"정치적으로만 해석은 안될말"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나 공정위조사 등 언론정책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있다.

최근의 ‘언론탄압’논쟁은 오랜 기간 묵인돼 온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이 뒤늦게 이루어지면서 생긴부작용이다.

정권 초기부터 신문시장에 대한 개혁ㆍ개선작업이 추진됐다면 일부 언론사에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세무조사 등 일련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한나라당의 자세역시 옳지 않다. 신문의 탈세나 개혁적 요소를 덮고 넘어갈 경우 신문 스스로나 차기정권에도 전혀 이로울 게 없다.

현재의 언론상황에 대해 적절한 경계를 두지 않고 이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배규한(裵圭漢ㆍ국민대 사회과학대 학장)

"언론만 개혁대상 인식은 안돼"

이번 세무조사 결과정부 대 언론, 마이너 언론 대 메이저 언론, 여야 정당, 좌파 대 우파간에 감정적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5,000여억원의 추징세액에 대한 법리상ㆍ관행상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검찰청 가서 죄인 안되고, 국세청 가서 탈세자 안될 수 없는 나라”라고 개탄한 어느 여당 중진의 말을 기억하자.

이번 세무조사에 정치적 저의가 없다면 먼저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언론을 매도하는 것은곤란하다. 이미 이 정권은 의약분업 등 수차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정치문제는 그대로 방치한 채 다른 부문의 문제를 두들기면 언론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한승조(韓昇助ㆍ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방송사는 손안대 형평 어긋나"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는 신문이 탈세해서 고발됐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원칙적으로 언론비리나 탈세는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어느쪽을 유익하게 하고 어느쪽을 불리하게 하는 의도, 즉 정치적 의도와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아무리 좋은 의미의 개혁도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몇몇 신문사의 비리만 문제 삼고 규모가 훨씬 큰 방송사는 건들지않은 것은 누가 봐도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언론개혁을 빙자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억압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목적이선(善)이라 할지라도 시기 선택과 방법, 동기에 문제가 있는 세무조사는 재고되어야 한다.

▦임광규(林炚圭ㆍ 변호사)

"탈세빌미 언론비판 동기 의심"

법이란 선택적ㆍ차별적으로 적용하면 불법이 되게 마련이다. ‘법의 극치는 불법의 극치다’라는 법률 격언이 있다.

언론개혁을 논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법률로 재단해야 한다. 이번 언론사세무조사에 투입된 인력, 조사 강도 특히 조사의 동기가 의심스럽다.

돈을 많이 버는 언론사가 세금을 안냈다면 조세법상 그 부분만 문제 삼아야지 이를 빌미로 언론이 특정계층, 기득권을 옹호한다고 비판하고 언론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세법의 목적이 아니고 그 동기도 의심스럽다.

공정거래법을 이용해 신문 경쟁에 제동을 거는 발상도 문제다. 독자에게 외면당하고 장사 안되는 신문도 팔아줘야 하는가. 세금 물리고 공정거래를 촉진하는 법으로 언론을 규제하려는 발상은 불법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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