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의 자생능력을 키우는 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청중이 없어도 단원들이 월급을 받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열심히 하겠습니까. 청중 동원에 따른 인센티브 도입을 시장께 건의할 예정입니다.”올해 대전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함신익(44ㆍ미국 예일대 교수)씨는 대전시향의 서울 나들이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시립 교향악단의 문제점부터 꺼냈다.
대전시향은 22일(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게임’이라는 별난 연주회를 갖는다.
무대에서 악기별로 높은음 내기, 숨 안 쉬고 오래 연주하기 등의 각종 경기와 캠핑이 벌어지고 어린이가 뛰노는 신나는 음악회다.
단원들은 운동복을 입고, 그도 축구선수 유니폼에 운동화, 스타킹 차림으로 지휘한다. 그는 “졸리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수준 높은 음악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오케스트라 살리기’는 그의 장기다. 단돈 200 달러 갖고 건너간 미국에서 고학을 하면서 길거리 오케스트라 깁스를 창단한 것을 시작으로 그린 베이 심포니,밀부룩 오케스트라, 에벌린 필을 차례로 맡아 지역 사회의 명물로 키웠다.
교향악단의 재정난을 해결하고 음악 수준을 끌어올려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그의 솜씨는 미국 ABC TV에 특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함신익의 대전시향은 이미 달라지기 시작했다. 참신한 기획으로 청중을 끄는 데성공했다. 평소 300명 정도이던 음악회에 2,000명이 넘게 오는 등 올해 열린 8차례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중을 모으는 것 외에 단원의 기량을 높이고 좋은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노력도 시작했다.
정기연주회 때마다 외국의 좋은 솔리스트를 협연자로 초청해 연주와 파트별 마스터클래스를 동시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향이 지난 10년간 한 번도 안 해본 곡만 골라 연습하고 연주하는 그의 ‘심술’에 단원들은 별 수 없이 연습벌레가 됐다.
그는 ‘지역사회 밀착형 오케스트라’를 강조했다. “1년에 몇 번 지휘만하고 가는 지휘자는 미국 같으면 쫓겨납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얼굴이고, 오케스트라는 그 지역의 음악 수준을 책임져야 합니다. 오케스트라와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창작곡 연주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숙하지 않고 인기 없는 음악이라고 해서 현대음악을 안 하는 것은 우리 시대를 망각하는 일입니다. 외국에서 지휘할 때마다 ‘너희나라 음악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부끄러운 일입니다.
애써 작곡해도 연주되지 않으면 누가 곡을 쓰겠습니까. 북한 교향악단 연주를 보고, 자신들의 음악과 고유한 색깔을 갖고 있는 데 감동했습니다.
모차르트, 베토벤도 좋지만 우리 음악을 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전시향의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많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내부 갈등 또는 재정을 지원하는 행정기관과의 마찰로 물러났다. 그의 의욕이 대전시향에 어떤 변신을 가져올지 음악계는 지켜보고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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