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일본 역사교과서의 수정을 이끌어낸다는 원칙 아래 장기전 채비에 들어가면서 대응의 수순과 강도, 시기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외교부 당국자는 10일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정부의 대응은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당국자는 “쉽게 끝날 성질의 문제가 아니어서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전략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의 대응은 순차적이고,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5일 남쿠릴어장에서 우리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 강행과, 29일 일본 참의원 선거, 내달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의 향후 일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일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전후로 정부의 대응은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신사 참배 이후에나 한일관계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주변국과의 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에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국가지도자의 올바른 행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달 중순 한일 관계는 최상용(崔相龍) 주일 대사의 소환 등으로 점철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 국면에서 정부는 우선 국제무대에서 역사교과서 왜곡의 부당성을 알리고, 교과서 왜곡이 일본 외교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베트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한중 외무장관회담에서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피해를 받은 동남아국가와 북한, 중국 등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대응 방안을 검토중인 당국자들의 고민은 이러한 대응조치가 가져올 실제적인 효과에 있다. 사실 국제연대를 통한 대응이일국 차원의 대응과 별로 차이도 없고, 우리의 대일 문화개방 연기로 일본이 받을 경제적 타격도 미약하다.
또한 중국 북한과의 공동 대응은 한ㆍ미ㆍ일동맹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이 같은 제약 조건 속에서 나올 정부의 대응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표출하면서 일본이 국제정치적으로 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일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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