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과 일본 중국 등이 이란의 유전 개발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가 이란정부와 남서부 다크호빈 유전개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번에는일본이 이란 최대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에 합의했다.네덜란드와 영국, 중국 등은 물론 프랑스러시아 등도 수주전에 나섬으로써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 이란-리비아 제재법(ILSA)이 사문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을 방문중인 히마누라 다케오(平沼赳夫)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8일 비잔 남다르 잔게네 이란 석유부 장관과 아자데간 유전 탐사 및 개발에 일본기업의 투자와 참여를 보장하는 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일본의 본격적인 진출을 확인했다.
일본석유공사를 포함한 일본 컨소시엄회사와 네덜란드 및 영국의 합작 석유회사인 로열/셸이 공동 개발할 아자데간유전은 원유 매장량이 260억 배럴에 이르며 개발에 성공한다면 하루 70만 배럴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이날히마누라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이란 공식 방문을 초청하면서 “일본 기업의 이란 유전 및 에너지 개발 참여를적극 환영하며 모든 분야에서 관계증진을 바란다”고 밝혔다.
히마누라 장관도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 결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은15일 경제계 인사 등 80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란에 파견할 예정이다.
각국 기업들은 현재 호시탐탐 이란의유전을 개발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3~4년 전부터 진출한 로열 더치/셸과 스페인의 켑사, 프랑스의 토탈피타 엘프 등은 기존 유전개발 협상을 마무리하거나새로운 교섭을 추진 중이다.
또 1997년 시르리 유전개발에 나섰던 토탈피나 엘프는 송유관사업을 넘보고 있고, 러시아의 가즈프롬, 말레이시아의페트로나스 등은 아와즈 등 동남부 유전개발을 위해 협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도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하타미 대통령과 천연가스석유개발협정을 체결한 이후 이란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국의 이런 경쟁은 미국정부의 대이란투자제한 정책에 배치되거나, 나아가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메이저 석유 회사들은 유럽과 일본 석유 회사들의약진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ILSA에 묶여 꼼짝 못하고 있는 이들이 외교적 압력을 통해 유럽과 일본의 진출을막든가, 미국 기업의 투자를 허가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며 조지 W 부시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당분간 미국 정부로서는 확실한 태도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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