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없고, 청춘 스타만 있다. 법은 없고, 억지만 있다. 도대체 변호사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다.정영웅(송승헌), 최장군(소지섭), 박정아(김지호), 윤진(서정), 한통령(변우민) 등 로펌 ‘법촌(法村)’의 변호사들은 드라마 보다는 차라리 시트콤이나 만화가 어울릴지 않을까. 우려했던대로다.
‘로펌’은 초반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 만큼은 성공적인 듯 싶었다. ‘하면 된다’는해병대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고 차마 강간범은 변호 못하겠다며 걸핏하면 주먹이 먼저 날아갈 듯한 의리파.
집안배경 때문에 변호사가 됐으나 나이트클럽에서 노는 게 더 적성에 맞는 그러나 추근대는 남자에게 형법을 줄줄 외워댈 능력이 있는 날라리.
범죄자의 편을 들어도 정정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운 냉철한 이기주의자.
극단적인 캐릭터지만 이 사회에 존재하는 변호사들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그런측면을 조금이라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그런 인간들이 모여든 ‘로펌’이라면 뭔가 큰일을 내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변호사의 삶을 그것도 그들의 사회적 활동공간인 로펌을 소재로 삼고서도 ‘법’은존재하지 않는 드라마.
큰 일을 하기는 커녕 제대로 사고조차도 치지 못해 ‘법촌’의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기업 인수합병 건을 맡으면서 장군은 사채업자에게 실패하면 자신의 눈을 포기하겠다는 ‘신체포기각서’를쓰고, 직장내 성희롱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원고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윤진은 증인을 매수한다.
그리고 영웅이 달려가면 문제는 언제나 쉽게 해결된다. 최소한의 리얼리티 마저도 찾을 수 없다.
제대로 전개되는 사건이 없다 보니 이제는 등장인물의 희화화로 근근이 생을 이어가고있다.
캐릭터의 희화화에는 냉철하고 계산적이고 반듯하던 장군마저도 동원됐다. 출근 길에 사채업자와 마주친 그는 “사정을봐 달라”며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한다.
억지 맞선을 보기에 앞서 무슨 품평회 대상이라도 된 듯 한바퀴 돌아서보는 그의 표정은 코믹하게 일그러져 있다.
법정은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소재. 그만큼 갈등과 반전이라는 극적 묘미를 살리기쉬운 장이다. ‘로펌’에서도 그같은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12부로 단명할 뻔한 ‘로펌’. 청춘 스타들의 연기력 부족만을 탓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나도 많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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