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의 관계가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 모두 정당 정치의 ‘기본’을 잊고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가 너무 극단적이다.여야가 서로경쟁자(rival)라는 생각보다는 적(enemy)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여당은 야당이, 야당은 여당이 필요하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출발점인데도 말이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여러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다.쉽게 말하면 싸움을 말리는 게 정치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싸움을 말리기는 커녕 자기들간의 싸움으로 침몰해가는 형국이다.
더욱이 세계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제2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여야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스스로의 싸움에 몰두, 사회 전체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정치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타협과 조정이 중요한 것이다.국회에서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처리될 필요도 없다.
여야 모두 특정 안건에 대하여 완벽한 승자가 되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51대 49 정도의 근소한 비율로 가부(可否)가 결정되는 것 조차도 의회정치의 한 모습이다.
미국 상원의 예를 보자. 공화당 소속의 제퍼스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민주당50석, 공화당 49석으로 여소야대의 구도가 되었다. 민주,공화 양당은 민주당이 17개 상임위와 3개 특위의 위원장을 독식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이를 둘러싼 아무런 말썽도 없다는 것이다. 위원회의위원장에 대해서는 당적에 관계없이 ‘믿을 수 있는 조정(good offices)’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가정에 비유한다면, 국민은 부모이고 여야 정당은 형제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여러 아들이 각자 개성과 소질을 키워가는 것은 좋아하겠지만 서로 싸우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로 하자’는 것이다. 싸움이 아니라 대화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하지만 우리는 여야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지금 나라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국회가 정쟁을 지양하고 문제를 수습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몽준ㆍ국회의원(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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