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이 임기를 불과 10개월 여 앞두고 경쟁하듯 ‘졸업 외유’에 나서고 있다.올해부터 임기 중 1회로 외유를 제한했던 지방의원 국외여행규정이 대폭 완화하면서 수십 곳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동남아 호주 구미 등 세계 곳곳으로 외유를 떠나고 있다.
특히 선거 정국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소속 정당이나 지역 유권자들의 눈길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올 여름에 외유가 몰리고 있다.
광역과 기초의회 의원들은 ‘공무국외여행’ 등의 그럴듯한 명목으로 국제선 항공편에 몸을 싣고 있으나, 속을 뒤집어 보면 ‘해외관광’인 경우가 태반이어서 혈세 낭비라는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경제난이 한창이던 1998년10월 4개 상임위원회가 일제히 해외연수를 다녀와 비난을 받았던 전북도의회는 올들어 이미 외유를 다녀왔거나 올 여름 외유를 계획하고 있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부분 외유를 다녀온 충북 청주시의원들도 올해 3개 상임위원회별로 해외연수 계획을 잡았다.
우선 1진으로 운영총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9일 대만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들의 5박6일 일정을 보면 의정관련 프로그램은 2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관광으로 짜여져 있다.
부산 동구의회도 마찬가지. 지난해 미주지역 연수를 다녀오고도 올해 또 연수를 준비하고 있어 연례 행사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5월4~16일 중남미 관광여행을 다녀온 데 이어 5월29일부터 6월5일까지 중국 4개 도시를 다녀왔다.
충남 논산시의회는 6명이 도심 공공시찰이라는 명목으로 호주 시드니와 골드코스트 등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시민단체등은 “지방 재정이 파산 직전이고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도 의원들의 나들이는 여전하다”며 외유 즉각 중지를촉구하고 있다.
전북시민운동연합 최형재(崔炯宰ㆍ39) 사무처장은 “임기 내 외유제한규정이 사라지면서 의원들이 무분별한 ‘보너스 외유’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며“외유를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내용을 보면 혈세낭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곱지 않은 시선을 감안, 48개 의회는 ‘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구성 ,국외여행의 타당성 등을 심사하고 있지만 위원을 지방의원들이 겸직하는 경우가 많아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해 있다.
전북도의회의경우는 도의원 9명과 의회사무처장이 심의위원회를 ‘점령’하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나들이성 외유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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