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죽은 지 올해로 22년이다. 그가 죽은 지 9년 뒤인 1988년부터 우리 사회는 민주화의 길에 들어섰다.이제 한국 사람 누구나 불법 체포와 고문의 두려움 없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
지금도 우리사회에는 고쳐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이 사회가 박정희 시대의 한국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사회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 그리고 박정희 개인에 대한 숭앙은 이 사회일각에 완강히 자리잡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박정희가 18년동안의 강압 통치를 통해서 기득권자들을, 곧 자기 편을 너무 많이 만들어 놓았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유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박정희 신드롬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일부 젊은이들이 박정희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이 박정희 시대의 야만을 겪어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박정희가 누구인지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 효성가톨릭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를 지내고 지금은 자유문필가로 사는 최상천씨의‘알몸 박정희’(사람나라 발행)는 비판적 전기 형식을 통해 박정희가누구인지를 살핀다.
박정희는 누구인가?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들다. 그가 ‘변신의 황제’이기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그가 살핀 박정희의 실체를 이렇게 요약한다.
“평범한 시골학교 학생에서 ‘두목 급장’으로, 보통학교 교사에서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거쳐 만주군 장교로, 박정희에서 다카키 마사오로, 다카키 마사오에서 오카모토 미노루로, 오카모토 미노루에서 다시 박정희로, 만주군 중위에서가짜 광복군 중대장으로, 가짜 광복군 중대장에서 대한민국 육군장교로, 제국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로, 공산당 최고위급 간부가 공산당 진압군 작전장교로,무기징역 죄수에서 다시 육군 정보장교로, ‘빨갱이’에서 반공주의자로, 육군장성에서 반란군 두목으로, 민정이양공약에서 출마선언으로, ‘개헌은 없다’에서 삼선개헌으로,‘이번이 마지막 출마’에서 종신 대통령으로, 어제까지 악마라고 욕하던 김일성과손에 손잡고 ‘7ㆍ4 남북공동성명’으로 전민족과 세계를상대로 ‘역사적 사기’를 치고…”
영국의 철학자 브라이언 매기는 ‘칼 포퍼’라는책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마르크스에 대한 포퍼의 비판을 읽은 뒤에도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고말한 바 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알몸 박정희’를 읽은 뒤에도박정희 옹호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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