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금융구조조정은 앞섰으나 은행간자발적인 합병 등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는 뒤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8일 한국은행이 낸 ‘한국ㆍ일본의 금융구조조정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일반+특수은행)은1998년부터 올 3월 말까지 총 113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부실채권 처리 규모는 97년 말 기준 국내은행 총여신의 21.3%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전국은행들(도시+장기신용+신탁+지방은행)은92년 이후 지난 해 9월 말까지 68조엔(약 680조원)을 처리, 총여신 대비 부실채권 정리 비율이 11.6%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또 98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총487개의 기관을 정리해 정리기관수가 일본(90년 이후 142개)의 약 3.4배에 달했다.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2000년명목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약 26.0%(134조7,000억원)로 일본의 14.1%(70조엔ㆍ약 700조원)보다 크게 높았다.
일본은 은행 등 예금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공적자금 70조엔 가운데 지금까지 20조4,000억엔 만을 투입한 상태다.
한은은 그러나 은행간 자발적인 합병 및 통합에 의한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는 일본이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2000년 이후 등장한 미즈호파이낸셜그룹등 4대 대형 금융그룹의 총자산 규모가 세계 5위권 이내 수준으로 평가됐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경우 총자산 141조엔(약 1,410조원)으로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99조엔(약 990조원)으로 3위 ▲ 미쓰비시도쿄그룹이90조엔(약 900조원)으로 4위 ▲ UFJ홀딩스가 83조엔(약830조원)으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월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이103조원 규모로 세계 90위권, 현재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국민ㆍ주택은행이 163조원으로 60위권에 불과한 상태다.
윤한근 한국은행 은행국장은 “일본과 비교해 볼 때 그 동안 우리나라의 금융구조조정 속도가 빨랐으나 최근에는 은행 추가 합병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며 “현재 수준으로서는 국제적 금융기관들의 공세를 막아내기어렵다는 것을 인식, 은행들이 과감히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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