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가슴엔 또 다른 야망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못다 피운 ‘최고’의 꿈을 필드에서 이뤄 보는 것이다.한국프로골프 2부 KTF투어 5회대회(9~10일ㆍ나산CC)에 출전하는 김영용(39ㆍ일산 아미가골프연습장)과 방극천(32ㆍ뻬띠앙뜨골프클럽). 프로야구 선수출신인 이들은 글러브 대신 클럽을 잡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김영용은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야수 출신. 야구 명문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83년 OB에 입단, 1군의 3루수-외야수-유격수를 두루 거쳤다. 그런 그를 골프의 길로 이끈 이는 동진CC 박용민 사장.
87년 당시 OB 단장을 맡고 있던 박 사장이 “야구선수 출신 프로골퍼 1호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제안을 했던 것. 새로운 세계에 대한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받아들인 김영용은 안양베네스트GC에서 조태룡 프로로부터 훈련을 받으며 골퍼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8차례 도전끝에 94년 플레잉프로 자격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프로 입문 이후에는 손흥수 프로,이강선 프로의 지도를 받으며 샷을 본격적으로 가다듬었다. 270~280야드의 비거리를 내는 드라이버가 장기 샷이다.
김영용에 비해 쌍방울 레이더스(현 SK 와이번스)투수 출신인 방극천의 변신은 다소 극적이다. 전주고-원광대를 거쳐 92년 쌍방울에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할 만큼 촉망 받았다. 그러나 막상 96시즌까지 5년간 1군과 2군을 오가며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97년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 해. 그해 초 제주 동계훈련 도중 투수생명에 치명적인 오른쪽 어깨의 인대가 파열된 것. 남다른 승부욕과 성실함을 눈 여겨 본 당시 김성근 감독이 10개월 가까이 방황하던 그에게 골프를 권유했다.
97년 말 골프에 인생을 걸기로 작정한 방극천은 2년간 두문불출하고 연습에 전념, 3번의 도전만에 세미프로 자격증을 땄고 4번만에 프로가 됐다. 세미프로 시절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개인 연습시간을빼앗기기 싫어 레슨을 하지 않을 정도로 정열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 겨울 태국 동계투어에서는 플레잉프로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려 올해 몇 개의 오픈대회에 참가할 자격도 얻었다.
또 올 시즌 KTF투어 1회 대회에선 공동 3위, 2회대회 공동 2위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방극천은 “많은 나이가 아니니 조바심 내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대선배 최상호 프로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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