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꿈이다. 그러나 직장인에겐 정말 꿈 같은 이야기다.체력이 아니라 시간 때문이다. 남한의 백두대간 전 구간을 주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50일. 눈감아 줄 직장은 없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다. 부분 종주는 어떨까. 휴가를 투자한다면 그 꿈의 조각이라도 엿볼 수 있다.
백두대간 종주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세 구간을 소개한다. 휴가 일정이 짧다면 한 곳만이라도, 넉넉하다면 두 곳도 마음먹어 볼 만하다.
▼지리산 구간(노고단~천왕봉)
천왕봉 일출, 노고단 운해, 안개를 머금은 계류….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돈다. 지리산의 감동은 그렇게 강렬하다.
많은 산꾼들이 금쪽 같은 휴가를 매년 그 산자락에 통째로 헌납하는 것은 당연하다. 망설일 이유가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체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초등학생이 단체로 종주하기도 한다. 용기와 끈기만 있으면 추억의 앨범이 두툼해질 것이다.
종주 코스는 노고단에서 천왕봉(1,915㎙)을 잇는 주능선. 지도상의 거리가 25.5㎞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데다 등정과 하산 코스까지 합치면 족히 60㎞, 약 25시간을 걸어야 한다.
산행만 2박 3일이 걸린다. 먼 곳에서 출발한다면 하루나 이틀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노고단-천왕봉 코스가 일반적이다. 원래는 천왕봉에 먼저 오르는 게 백두대간의 시작이지만 체력소모가 심하다.
출발지는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 공용터미널(061-782-3941)에서 노고단(성삼재 휴게소)행 첫 버스(오전 6시부터 2시간 간격)를 탄다.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 노고단-임걸령-노루목-명선봉을 거쳐 벽소령대피소(011-858-1426)에서 1박을 한다.
둘째 날은 벽소령대피소에서 선비샘-영신봉-세석평전을 지나 장터목산장(0131-45-1750)까지 이른다.
끝없이 펼쳐진 연봉, 야생화, 고사목 등 아름다움과 함께 하는 산행이다. 셋째 날은 서둘러야 한다. 오전 4시에는 출발해야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는다.
하산길은 중산리와 대원사코스 등 두 곳. 중산리는 가파른 대신 약 4시간으로 짧다. 대원사는 8시간의 장거리이지만 풍광이 아름답다.
장터목으로 돌아와 백무동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5일부터 여름 탐방객을 위해 백무동-함양-동서울 노선의 고속버스(함양지리산고속 055-963-3745)가 하루 4차례 왕복 운행한다. 탐방객안내소 (061)783-9106
▼덕유산 구간(육십령~향적봉)
덕유산은 한 때 최고의 피서지로 꼽혔다. 최고봉인 향적봉(1,614㎙)으로 오르는 구천동 계곡의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기암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이 계곡에는 모두 33경이 있다. 가장 낮은 곳의 제1경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제33경인 향적봉까지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풍광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제 덕유산은 겨울 여행지로 더 유명하다. 북쪽 기슭에 대형 스키시설 무주리조트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물론 이 시설을 만들기 위해 등성이에 큰 칼을 들이댔다. 그래서 산꾼들은 이 산에 들면 가슴이 미어진다.
백두대간에는 향적봉이 포함되지 않는다. 길은 동쪽 지봉 쪽으로 나 있다. 그러나 부분종주를 하는 이가 굳이 향적봉을 피해갈 이유가 없다.
덕유산 종주는 1박 2일은 빠듯하고 2박 3일이면 넉넉하다. 남덕유산 아래 육십령에서 나제통문까지 약 40㎞ 구간이다. 걷는 시간이 약 17시간인데 험한 구간이 많아 만만치 않다.
육십령까지는 전북 장수군 계남면 장계리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장계에서 전주, 진안에서 거창, 대구 등 전북과 경북을 왕래하는 직행버스를 타고 육십령에서 내릴 수도 있는데 원칙적으로 정류장이 아니어서 운전기사가 허락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2박 3일을 기준으로 할 때 첫 날은 육십령-서봉-남덕유산-삿갓봉을 지나 삿갓재골대피소(011-423-1452)에서 1박을 한다.
가파른 구간이 많으니 처음부터 호흡조절이 필수. 둘째 날은 정상정복의 날. 무룡산-동엽령-백암봉-중봉을 거쳐 향적봉에 오른다.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왼쪽으로 호남의 연봉, 오른쪽으로는 영남의 연봉을 보며 걷는 환상적인 길이다.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에서 여장을 풀고 일찍 잠에 든다.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셋째 날은 일출을 보고 백련사를 거쳐 구천동 계곡을 내려온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구천동의 풍광이 더욱 힘있게 다가온다. 관리사무소 (063)322-3174
▼설악산 구간(한계령~마등령)
가장 선호하는 휴가 여행지를 꼽으라면 35% 이상이 설악과 속초권을 꼽는다. 10여 년 전부터 어떤 여행 관련 여론조사라도 어김이 없다.
그만큼 설악과 속초의 바다는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나 정상(대청봉)에 오르는 이는 1,000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삐죽삐죽한 산의 외관 때문에 지레 겁을 먹어서일까. 사실 대청봉은 1박 2일이면 충분히 오르고 내릴 수 있는 봉우리다. 용기를 가져 보자.
^설악산의 백두대간길은 44번 국도의 한계령에서 시작된다. 인제와 양양을 오가는 모든 직행, 시외버스는 한계령에서 정류한다.
휴게소 뒤로 난 가파른 등산로를 약 2시간 30분 오르면 서북능선길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꺾어 다시 약 4시간을 걸으면 끝청-중청봉을 거쳐 대청봉에 닿는다.
대청봉에서의 일출은 포기하고 약 1시간 30분 정도 하산해 희운각대피소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이튿날 설악산의 하이라이트이자 백두대간길인 공룡능선을 타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룡능선은 약 4.5㎞로 지도상의 거리는 짧지만 1㎞를 가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나한봉을 지나면 마등령.
백두대간은 마등령에서 북쪽 저항령으로 이어지지만 이 길은 내년까지 자연 휴식년제. 생태계 연구팀 정도만 출입이 허락된다.
아쉽지만 발길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 약 2시간을 걸으면 비선대이다. 설악동의 번화가도 눈에 들어온다. 속초로 내려갔다면 들떴던 마음을 푸른 파도로 가라앉힐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여름산행 이것만은
여름 산행은 겨울 산행 못지 않게 위험하다. 체력의 소진, 일기의 변화 등 주의해야할 점이 많다. 13가지로 요약한다.
▦ 산행은 아침 일찍 시작하고 일몰 1~2시간 전에 마친다
▦ 산행 시간은 하루 8시간 정도가 적당. 항상 체력의 30% 정도는 남긴다.
▦ 일행 중 가장 체력이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 계획을 잡는다.
▦ 특히 여름 산행에서 무게는 지옥이다. 배낭의 무게를 초심자는 20㎏, 숙련자라도 30㎏을 넘지 않도록 한다.
▦ 모든 장비와 물품을 배낭에 잘 정리하고 손에는 가급적 아무 것도 들지 않도록 한다.
▦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고 조금씩 자주 먹는다.
▦ 적어도 3일 정도의 기상예보를 미리 알고 산행을 떠난다.
▦ 여름 산행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비. 비옷, 배낭 방수포, 여벌의 옷 등은기본이다.
▦ 폭우가 계속되면 계곡 산행을 포기한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양쪽 사면의능선으로 피한다. 바위 산행은 당연히 금물이다. 물이 허리 이상 차오른 계곡을 건너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 비가 예상될 때 계곡에서의 야영은 금물. 갑자기 비가 올 경우에는 미련없이철수한다. 제2의 대피장소를 항상 파악해 둬야 한다. 야영 중 비가 온다면 잠을 자기보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 비 온 뒤, 뙤약볕이 계속되면 일사병, 열사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일사병은햇볕을 받아,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숲길을 걸을 때 발생한다. 길의 종류에 따라 그늘을 찾아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
▦ 상하기 쉬운 음식물은 아예 준비하지 않는 것이 상책. 산중에서 탈이 나는 것만큼동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없다.
▦ 종주 구간인 국립공원의 숙박시설은 철저한 사전 예약제. 인터넷(국립공원관리공단www.npa.or.kr)과 전화를 통해 미리 잠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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