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벌써 시작됐고 무더위는 본격적인 공격 준비를 마쳤다. 공연 달력을 살펴보면금방 아시겠지만 7~8월은 클래식 콘서트 비수기다.눈에 띄는 공연이 별로 없다. 냉방 잘 된 시원한 콘서트홀에서 음악을 듣는 기분이야 좋지만폭염을 뚫고 찾아가는 열혈 관객은 많지 않다.
이럴 땐 음반을 듣자. 최근 발매된 것들을 중심으로 시원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음반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연의 빛깔을 닮은 뉴에이지풍 음악들.
소니에서 나온‘헤븐리’와 ‘오아시스’는 일본 작곡가들의 편안한 경음악 모음집이다. ‘헤븐리’는푸른 파도 넘실대고 야자수 그늘 일렁이는 하와이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오아시스’도제목 그대로 지친 일상에 오아시스처럼 다가온다.
크로스오버 음반도 괜찮은 선택이다.
여성 전자 현악4중주단 ‘본드’의첫 음반 ‘탄생’(유니버설)은 뜨거워서 시원하다.
007 영화의 본드걸처럼 생긴 4인조는 라틴 살사, 동유럽과러시아 민속음악,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등으로 신나는 연주를 들려준다.
서정적이면서도 속이 확 뚫리는 음반으로는 젊은 미남 테너 알레산드로 사피나의‘사피나’(유니버설)를 권한다.
칸초네와 팝, 오페라의 감성이 뒤섞인 이 음반에서 그의 노래는 눈부시다. 특히 힘차게 치솟는 고음은 아찔할 정도.
일본 최고의 크로스오버 기타 2중주단 곤티티의 ‘남국음악’(소니)은 어쿠스틱 기타와 찰랑대는 여름 바다처럼 잔잔한 현악 오케스트라가 어울려 더위 탈출을 고하는 음반이다.
팝 쪽으로 좀 더 움직이면 정열적인 쿠바음악을 담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워너)이 있다. 지금은 호호백발이 된 왕년의 스타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들려주는 노래와 연주가 감동적이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에도 느긋하게 즐길 만한 게 많다. 클래식 탱고의 명곡을망라한 ‘심플리 탱고’(텔덱)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탱고 모음집으로 다니엘바렌보임(지휘), 호세 카레라스(테너), 기돈 크레머(바이올린) 등 최고들의 연주를 담고 있다.
잘 만든 또 다른 편집 음반으로는 KBS 1FM이 선곡한 ‘당신의 밤과 음악’(신나라뮤직)을 권한다. 일과를 마친 밤, 하루의 피곤을 씻어주는 클래식 선율이 부드럽게 귀를 적신다.
성악팬이라면 EMI에서 나온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카스타디바’나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 가곡집’에 손이 갈 것이다.
게오르규가 들려주는 벨리니, 도니제티, 로시니의 오페라 아리아는 과연 ‘카스타 디바’(정결한 여신이라는 뜻)답다.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는 섬세함과 서정성에서 독보적이다. 청년 슈베르트의 맑고 슬픈 영혼이 느껴지는그의 노래는 따스한 위로처럼 들린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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