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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정책, 부처利己로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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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정책, 부처利己로 '표류'

입력
2001.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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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통상압력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지만 대외통상정책은 부처간 이견과 협상전략부재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8일관계당국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이 최근 한국에 대한 반덤핑 제소 등 무차별적인 통상압력을 가하면서 관련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으나 외교통상부와 경제부처는 통상문제에 대한주도권 다툼에만 집착, 효율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밀려드는 통상현안

관련부처간불협화음으로 한ㆍ유럽연합(EU) 조선협상은 결렬됐으며, EU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제소한다는 강경방침이어서 최대조선시장인 대유럽 선박수주가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ㆍ미철강 분쟁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은 한국산 H형강 등 17건에 대해 상계관계 등 수입장벽을 쌓고 있으며,여기에 주력제품인 열연강판(지난해 대미수출 74만톤), 냉연강판(34만톤)등을 추가로 규제할 경우 미국에 대한 철강수출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예상된다.

한ㆍ칠레 FTA협상도 칠레산 농산물수입을 둘러싼 부처간 이견으로 난관에 봉착, 최대 신흥시장인 중남미 수출확대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

우리 통상팀의 전력을약화시키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영역을 둘러싼 혼선과 부처이기주의가 꼽히고 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대외경제협상 및 총괄조정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재경부는 “통상교섭본부가 문제해결 능력도 없으면서 현안을 틀어쥐고 있다가 문제가 꼬이면 해당부처에 떠넘기곤한다”면서 “이대로 가면 주요통상 현안은 어느것 하나 매듭짓는것이 불가능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달 한ㆍEU 조선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는 모 장관이 외교통상부의 안일한 문제인식에 대해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는경제부처의 비협조로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경제부처가 오히려 자기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한ㆍ중마늘분쟁과 한ㆍEU조선분쟁, 한ㆍ칠레 FTA체결 등에서 주무부처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아 적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재경부, 산자부등을 비판했다.

▲ 통상조직 조직개편논란

난마처럼 얽힌 통상조직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처별로 엇갈리고 있다.통상교섭본부는 통상교섭조정관(1급)이 주재하는 ‘통상현안 실무협의회’를통해 현안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논의된 사안은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이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올려 매듭을 지으면 된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통상교섭본부가 대외교섭 및 조정권을 고수할 경우 부처간 의견조율에한계가 있다면서 통상교섭본부에서 현안을 1차로 조정하되, 복잡한 사안은 경제정책조정 실무위원회에 조속히 올려 조율한 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매듭지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자부도 양분돼 있는 외교부의 통상교섭권과 산자부의 통상진흥권을 단일화시켜야 한다며 빼앗긴 통상교섭권의 ‘탈환’에절치부심하고 있다.

서강대 안세영 교수는 이와 관련, “통상교섭본부는 개별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조정권한도약해 정부조직 개편초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통상교섭본부를 대통령직속으로 격상시켜 한ㆍ칠레FTA협상등 거시현안을 다루게 하고, 분야별 현안은 경제부처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국가별 통상조직 현황

우리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통상조직은 어떤 것일까.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정치경제적 특수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통상조직을 운영하고있다. 산자부가 최근 세계 교역규모 50위까지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조직은 운영체계상 ▲ 산업통상형 ▲ 독립부처형 ▲ 외교통상형 등 3가지로 나눠지고 있다.

산업통상형은 과거 우리의 통상산업부처럼 산업담당 부처에서 통상문제까지 겸하는시스템으로 현재 일본, 독일, 프랑스, 동남아, 멕시코, 페루 등 27개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독립부처형은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처럼별도 통상조직을 두는 방식으로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태국, 인도 등 12개국가가 채택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지향형 국가들이 산업통상형과 독립부처형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DJ정부가 채택한 외교통상형은 캐나다와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연합(EU),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자원 수출국이거나, 제조업 비중이 낮은 나라, 경제규모가 작아 통상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국가들이 운영하고있다.

이 시스템은 외교, 안보를 중시하고, 통상정책은 부수적으로 맡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노르웨이 칠레 등은 최근 교역규모가 커지면서통상업무를 외교부에서 분리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처럼 안보외교 등의 중요성이 큰 나라에서 통상 상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등강대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외교부가 첨예한 이해가 걸린 통상을 맡아 격전을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차기정부에서 통상조직 및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주요 통상현안

우리 상품이 해외 시장에서 수입규제 조치를 당한 품목은23개국 115건(6월 현재)에 달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남미 등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이 제기하고있는 통상 공세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경제 블록화 추세 등과 맞물려 가히 파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조선 = 정부 보조금 논란으로 촉발된 한ㆍEU간 조선분쟁협상은 사실상 결렬로 치닫고있으며, EU측의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귀결될 전망이다.

최종 현안은 한국의 조선 덤핑 해소문제. 국내 조선업계가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덤핑이 아니라는 우리측 주장에 대해 EU는 선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선가를 인상하더라도 대상 선종과 인상폭, 인상 시기등에 있어서도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상태다.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양자협의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은남겨두고 우리 선가만 낮추는 것은 교역질서는 달라지지 않고, ‘한국=조선 1위국’ 지위만 교체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는 게 우리 입장이다.

▼철강=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국제무역위원회(ITC)에철강제품 수입에 따른 광범위한 자국산업 피해조사에 착수했다.

대미 수출물량은 외환위기 이전 연간 150만톤 규모에서 1998년 350만톤으로 늘었다가각종 수입규제로 3년째 감소세를 보이며 올해 약 223만톤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은 이 물량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반면, 우리는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18.7%로 1984년 수준(18.5%)에 그치고 있는 점을 들어 적정 규모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한ㆍ미 양국은98년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미국측은 자동차 무역역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MOU 신속이행을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에 57만3,000대를 수출한 반면 수입은 1,214대에 불과했다.

미국은 우리 자동차 수입관세를 미국 수준(2.5%ㆍ승용차기준)으로 낮추고, 자동차세의 배기량별 누진제를 폐지할 것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측은 현행 관세가 EU나 호주에 비해 오히려 낮고, 자동차세도국내 제품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인 만큼 교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미국의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인수에 대한 보조금 시비와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일본의 한국산 야채 등 농ㆍ수산물과범용 공산품에 대한 수입규제 움직임 등도 잠재적 통상마찰 위협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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