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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1.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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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산 꼭대기에서 ‘거지’를 만납니다. 혼자 혹은 무리지어 다니죠. 며칠이 아니라몇 주째 산에서 내려가지 않은 몰골입니다.그런데 눈빛은 형형합니다. 궁금해서 정체를 묻습니다. “백두대간 합니다.” 눈빛만큼 살아있는 목소리가 전율로 다가옵니다.

그들의모습이 다시 보입니다. 거지가 아니라 경건한 수행자, 심지어 산신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땀 흘려 지고 올라갔던 산행 필수품(배터리, 필름, 먹을것 등)을 몽땅 보시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비록작은 국토이지만 평생 한 번은 도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물론 쉽지않습니다.

지리산에서 강원 고성군의 향로봉까지 지도상으로만640여 ㎞입니다. 산길의 굽이와 굴곡을 생각하면 1,200㎞ 이상 걸어야 합니다.

계속 달려도 50여 일이 걸립니다. 고행이자 수행이죠. 그러나얻는 것은 많습니다. 계산이 안 될 정도이죠.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들은 그 것을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큰 지식과 큰 기쁨, 그리고 큰 슬픔’이라고요.

큰 지식은이 땅에 대한 지식입니다. 가장 높은 길로 수십 일을 걷다 보면 내려다 보이는 모든 것이 머리 속에 들어옵니다.

산등성이뿐 아니라 계곡, 들판등 모든 우리 땅덩어리의 구석구석이 빈틈없이 정리됩니다. 어디에 도로가 났고 어느 산이 개발로 뭉개졌고까지.

‘움직이는지도’가 되는 것이죠. 큰 기쁨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분명 누구에게나 평생 가장아름다운 추억일 테니까요.

큰 슬픔은이 땅의 단절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의 국토, 백두대간은 이산가족입니다. 마지막 봉우리인 향로봉에 서서 북쪽을 응시하면 금강산이 빤히 보입니다.

그러나 갈 수 없습니다. 남쪽의 대간을 완주했다는 기쁨에 더 갈 수 없다는 슬픔까지 복받쳐 엉엉 웁니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면 이 땅과 이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앓는다고 합니다. 내 땅을 내가 걸어 백두산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른지.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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