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길게 가르는 양쯔강을 용의 형상에 비유하는 중국인들이 그 용의 머리로 보는 곳이 상하이 푸둥지구다.지난 몇 년간 푸둥의 거센 기염을 보면 그런 연상이 결코 황당무계 하지만은 않다. 이미 마천루 숲을 이룬 푸둥에는 머지않아 세계 최고 빌딩까지 들어서게 되어 있다.
시당국은 이것도 성에 안 차는지 높이 1,000㎙,300층짜리 ‘바벨탑’ 건설을 검토 중이라 한다. 이름하여 무적대하(無敵大廈ㆍ무적빌딩)라니 역시 중국인들답다.
■푸둥은 이른바 대동(大同)의 기적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덩샤오핑이 1987년 서양식 대중 소비 단계를 의미하는 ‘대동’을 개혁 개방정책의 마지막 목표로 제시했을 때 인민들은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중국인들은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적어도 푸둥지역 만큼은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는 1단계 온포(溫飽), 문화적 여유를 찾게 되는 2단계 소강(小康)도 이미 뛰어 넘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로 비상하는 용틀임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인의 이런 자기암시는 이제 주체할 수 없이 밖으로 뻗쳐 정부측 언문(言文)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최근 주룽지 중국총리가 비록 비공개 연설이었다고 하지만 “일본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혹평한 것도그런 맥락에 있다.
“기러기떼(아시아경제)를 이끌던 우리의 독주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자인하고 있는 일본의 후퇴와는 참으로 대비되는 기세인 것이다.
■적어도 수십 년간 동북아의 경제 질서는 일본의 절대 우위를 인정하는 구도 속에서 평형(statusquo)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열음이 잦아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이 전례 없이 격화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중국이오는 가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 동북아의 경제지형은 또 한번 흔들리게 될 것이다. 나라밖에서 용들이 잔뜩 발톱을 세우고 있는 판국에 나라안은 정권과 언론의 갈등, 이념과 색깔 공방 따위로 갈가리 찢어지고 있으니 걱정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songtg@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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