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 자본주의는 인수ㆍ합병(M&A) 자본주의다. M&A 만큼 가장 짧은시간내에 기업의 주식가치와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그러나 그 만큼 위험도 크다. 단 한건의 M&A 실패가 수십년간 쌓아왔던 CEO의 명성을 하루아침에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최근 GE(제네럴 일렉트릭)-하니웰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지난 2일 유럽연합(EC) 집행위원회가 GE-하니웰의 합병에 대해 시장지배력 및 경쟁제한 심화를 이유로 거부권을행사함에 따라 제조업 분야 사상 최대의 M&A가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세계최대의 전기ㆍ발전설비업체인 GE와 미국굴지의 항공엔진및 부품회사인 하니웰의 합병은 최초 인수금액만 420억달러(53조원)에 달하는 ‘매머드 빅딜’로이미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조건부)까지 받았지만 공정거래법의 역외적용지역인 EU벽을 끝내 넘지 못한 채 좌초한 것이다.
M&A 결렬후 책임의 화살은 곧바로 CEO에게로 쏠렸다. 우선 하니웰은 EU의 결정 다음날 곧바로 이사회를열어 마이클 반시뇨르 회장을 퇴진시킨 뒤, 전 CEO였던 로렌스 보시디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4월 CEO의 자리에 오른 반시뇨르 회장은M&A가 성공할 경우 1,50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한 번의 실패로 명예와 부를 모두 잃은 채 31년간 몸담았던 하니웰에서쫓겨나게 된 것이다.
반면 신임 CEO인 보시디는 1999년말 하니웰과 합병했던 얼라이드시그널의 CEO를 9년이나 역임했던 인물로 재임중 주가를5배나 끌어올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난파선’ 하니웰의 복구책임자로 컴백하게 됐다.
M&A 실패는 미국 경영계의 살아있는 신화인 잭 웰치 GE회장에게도 치명적 흠집을 냈다. 당초 4월은퇴할 예정이었던 잭 웰치 회장은 퇴임시기마저 11월로 연기했을 만큼 하니웰 인수를 ‘필생의 역작’으로야심차게 추진했다.
81년 취임이래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무려 1,700여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켰던그였지만, 결국 사상 최대의 ‘딜’을 매듭짓지 못하고 퇴임해야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더구나 그는 하니웰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EU의 거부권행사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스스로 GE의 후계자로지명했던 제프리 이멜트 사장으로부터 “웰치 회장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나는 항상 그에게 자문을 구하지만 사업이란 한명의 딜러만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도 최근 기사에서 “잭은 협상 초기부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
여기에 후계자 이멜트 사장으로부터인수포기 종용을 받는 등 내부문제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와튼스쿨의 반(反)독점법연구가인 에드워드 스와인 교수는 GE-하니웰의 M&A실패 원인에 대해 “EU의 거부는 처음부터 예상됐던 것이었다.
결국 합병결렬은 당사자(CEO)들이‘숙제’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설명했다. CEO의 입장에서 M&A란 매력적인 것이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밀어붙였다가는 큰화(禍)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GE와 하니웰의 경험에서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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