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찰의 하소연 “명동성당 앞을 지나던 행인이 100원짜리 동전 몇 푼을 쥐어줍디다.”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 위원장이 농성중인 서울 명동성당 주변에서 단 위원장 검거 작전에 동원된 서울 J경찰서 수사2계 C경장은 며칠 전 겪은 해프닝을 떠올릴 때마다 습쓸해진다.C경장은 검거령이 내려진 지난달 16일 이후 밤낮으로 이어지는 ‘뻗치기’ 생활에 녹초가 됐다.
“교대 시간엔 커피숍에서 졸거나 길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잡니다. 노숙자가 따로 없어요.”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과 언뜻 봐도 수십 군데나 되는 모기에 물린 자국만으로도 그의 푸념은 엄살이 아닌 듯했다.
육체적 고단함 뿐만 아니다. 그는 “쪽잠을 자면서 단 위원장이 도망가는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릴 정도”라고 털어놨다.
명동성당을 겹겹이 둘러싸고도 단 위원장을 놓쳤을 경우 위에서 떨어질 불호령과 질책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는 것이다.
운 좋게 10일에 한번씩 경찰서 당직을 서느라 ‘뻗치기’를 면한 날은 그 동안 밀린 민원을 처리하지 못해 민원인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 일쑤다.
그는 “그래도 하루종일 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 보단 낫다”고 했다. C경장 뿐만이 아니다. 명동성당 주변에 위치한 수 백 명의 경찰관이 단 위원장이 잡힐 때까지 기약 없는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경찰서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민원인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수배자를 잡는 게 경찰의 의무이긴 하지만 지금이 5,6공도 아닌 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한 경찰관의 하소연을 경찰 수뇌부는 알고 나 있을까.
최문선기자 moonsun@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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