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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세계 철강업체 생존 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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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세계 철강업체 생존 싸움 '치열'

입력
200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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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총 교역량3억3,000만톤(2001년 기준). 단일 품목(1차산품 제외)으로는 세계 교역시장에서 가장 ‘무거운’ 철강시장이 글로벌 통상 전선(戰線)의 격전장으로 부상했다. ‘열전(熱戰)’의 선전포고가 된 것은 미국 부시 행정부가 최근 들고 나온 철강 통상법 201조(세이프가드) 발동.설령 ‘참전국’들이한발씩 물러나 이번 전투가 ‘가볍게’ 끝나더라도 철강을 둘러싼 크고 작은 분쟁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의 특수성이나 업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언제든 재연될 전쟁이다. 기초소재산업이자 장치산업으로서 경쟁력의 근간인 철강은어느 나라건 산업육성 전략의 중심에 놓여있고, 자국 산업 보호책의 최우선 대상이기 때문이다.

■왜 철강인가

막대한 설비투자가 소요되는 철강산업의 경쟁력 원천은 가동률이다. 글로벌 경쟁 메카니즘에서 특정 기업의 적정이윤은 무의미하다. 덩치가 큰 만큼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기도 힘들다. 이 같은 장치산업의 가동률 논리는 궁극적으로 수급문제로 귀결된다.

미국의 철강산업 연구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는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8억8,400만톤인 반면 과잉설비에 따른 생산능력은 10억2,200만톤으로 추정했다.

■왜 미국인가

미국은 중국(1억2,600만톤), 일본(1억600만톤)에 이어 세계 3위(1억100만톤) 조강생산국이면서 연간 3,400만톤(소비량의 29.9%)을 수입하는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1992년 이후 경제성장가속화로 ‘미니밀(소공장)’을 중심으로 조강 설비확장에 치중했으나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주요 철강수출국 물량이 미국에 집중되면서 수입비중이 33.3%까지 급증, 철강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그러자 미국 철강업계는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라는 정치 지평에 편승, ‘통상법 201조’라는 극적 회생의 돌파구를 또 다시 마련했다.

■미국 뿐인가

세계 주요 철강업체의 살아 남기 전략은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확보다. 지난 2월 유럽의 대표주자 유지노(프랑스ㆍ세계3위)와 아베드(룩셈부르크ㆍ세계5위), 아베드의 자회사인 이세랄리아(스페인)가 합병(세계1위)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독일의 튀센, 크루프, 훼쉬 등 3개사가 1997년 합병(TKSㆍ세계8위)하는 등 90년대 초반 13개에서 ‘빅4’체제로 재편됐다.

일본 역시 지난 4월 5개 고로(高爐)업체 가운데 가와사키제철과 일본강관(NKK)이 합병을 선언했고, 신일철과 스미토모금속도 열연과 냉연 생산분담 제휴를 맺었다.

중국은 노후설비 폐쇄와 설비 대형화, 인력감축으로 종업원 1인당 조강생산 능력을 97년 77톤에서 지난해 150톤으로 3년새 2배로 늘렸다.

이와 함께 중국내 1위 업체인 보산강철(700만톤규모)을 주축으로 매산강철, 상해야금을 통합(99년ㆍ2,000만톤)하는 등2005년까지 빅4 생산비중을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는 어떤가

포항제철 유상부(柳常夫) 회장은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한 국제교류회의에 참석 ‘한ㆍ중ㆍ일 철강협력 강화’를 역설했다.

포철은 이미 일본 신일철(3,200만톤), 중국 보산강철(2,000만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다. EU처럼 국가간합병이 힘든 데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자국내 업체간 통합도 어려운 포철로서는 전략적 제휴 밖에 달리 길이 없는 실정.

산자부 한 고위관계자는 “한ㆍ일 관계에서는 줄 것(시장)은 적은데 받을 것(기술)만 있고, 한ㆍ중 관계에서는 줄 것(기술)만 있고 받을 게(시장)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유회장의 협력강화 요구도 이처럼 답답한 현실을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철강재 수급전망’을 통해 하반기 총수요가 상반기 대비 1.0% 증가에 그치고 수출은 통상환경 악화로 9.8% 감소(상반기 4.0% 증가)할것으로 내다봤다.

■철강뿐인가

영국의 국제 석유화학 전문지인 ‘테크논(Tecnon)’은 최근 2001년 세계 유화시장(에틸렌 기준)에서 약 12%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생산능력 1억626만톤에 수요는 고작 9,459만톤에 불과하다는 것.

여기에 원가경쟁력 우위를 점한 사우디 이란 등 중동 산유국과 자급체제를 갖춘 동남아 등지 개도국들이수출확대를 위한 생산능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공급과잉과 수익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업계의 글로벌 초대형화 추세는 유화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바스프나 BP아모코, 필립스 등의 중국시장 대규모 투자확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초소재ㆍ장치산업의 지각변동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세계적 대세”라며 “국내 업체끼리 아웅다웅하면서 구조조정을 늦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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