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햇살’에도 감내할 수 없는고통이 따르는 희귀 질병에 시달리던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네로레 콜(68)이 자살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그의 주검 옆에는 41년을같이 살아온 콜(71) 전 총리는 물론 두 아들도 없었다.
콜 전 총리측은 5일 “한네로레가 병에 대한 절망 때문에 로트비히스 하펜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그는 자신의 마지막 선택을 남편과 두 아들에게 고별 편지를 통해 전했다”는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한네로레는 1993년 페니실린 쇼크이후 ‘햇빛 앨러지(sunlight allergy)’라는 ‘불치의 병’에 시달렸지만 1995년 남편이 즐겨먹는 음식과 요리법을 담은 책을 펴내는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남편이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상황에 몰린 99년 말 이후 병세가 극도로 악화됐다.
그는 최근 한인터뷰에서 “집안에 갇혀 걷는 게 유일한 활동”이라고 호소했고, 콜 전 총리측도 “지난 15개월 동안 햇빛과 차단된 채 감옥살이를 했다”고 전했다.
스캔들에 휘말린 콜 전 총리가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그를 돌보지 못한 것도 자살을 재촉한 이유 중 하나였다.
콜 전 총리는 4일에도 구 동독의 비밀경찰(슈타지)이 자신의 전화 통화를 도청한 테이프의 공개여부를 놓고 열린 재판에 매달리기 위해 베를린에 머물러야 했다.
16년(1982~88년)이나 집권했으며 독일통일의 영웅으로 추앙 받던 콜 전 총리의 말년은 이처럼 부인의 자살과 함께 세인의 동정을 받는 처지가 됐다.
1933년 3월 베를린에서 태어난 한네로레는 라이프치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48년 당시 서독 지역인 루트비히스 하펜으로 이주했다.
이후 15세 때인 1948년 3년 연상의 청년 콜을 만나 사랑에 빠진 뒤 60년 결혼, 두 아들을 낳았다. 남편과 가정에 충실했던 전형적인 독일 여성이었던 그는 98년 9월 총선 패배후 “우리는 2차 대전에서도 살아 남았다”며 남편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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