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6일 오키나와(沖繩)성폭행 사건의 피의자인 주일 미공군 티모시 우드랜드(24) 중사의 신병을 조건부로 일본 경찰에 인도했다.이에 따라 오키나와 경찰은 이날 밤 우드랜드중사를 부녀자 성폭행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앞서 하워드 베이커주일 미대사는 이날 오후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무장관을 만나 미군 중사의 기소전 신병 인도에 동의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미군 피의자가 기소전에 일본 당국에 인도된 것은 1995년 양국이 주일 미군지위협정(SOFA)을개정하면서 ‘원칙적으로 기소시점 신병인도’를 규정한 이후 두번째이며, 성폭행 및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현행 주한미군 지위협정은 살인 강간 등 12개 중범죄에 한해 기소시점 인도를 규정하고 있어 이번 일본의 사례는 우리의 SOFA 개정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 경찰의 수사관행에 의문을 표하며 조사 과정에 통역을 붙이고 변호사가 입회하는 등의 인권보호 조건을 보장하지 않는 한 우드랜드 중사를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해왔고, 일본측은 국내법에 어긋나는 요구라며 거부했다.
양측은 최종적으로 피의자의 신병을 검찰에 넘기기까지의 48시간 동안에는 통역과 변호사를 붙이지 않기로 절충했다.
미일간의 타협은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반미 감정이 비등할 것이란 공통의 우려가 배경이다.
특히 95년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한 SOFA 개정협상이 ‘살인·성폭행등 흉악범에 대해서는 기소전 신병 인도도 호의적으로 고려한다’는 운용 개선안에 머문 데 대한 비판여론이 재연할 것으로 우려됐다.
SOFA 개정 여론이 본격화할 경우 미군 기지 축소·철수론이 불붙어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선언한 양국 관계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양국의 타협으로 일단 ‘기소전 신병인도’라는 형식은 채웠지만 이번 사건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신병인도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SOFA 운용개선안의 한계를 노출했다.
한편 다나카 마키코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정부는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위해 지위협정 개정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개정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정부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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