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는 한마디로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입니다. 금리의 급속한 하락으로 역(逆)마진이 지속돼 속으로 곪아 들어가고있습니다. 보험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절벽을 비켜갈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정부 고위 관계자)작년 하반기부터 시중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키로 한 예정이율을 밑도는 사태가 계속돼 생보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 고객 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이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율에 크게 못 미쳐 ‘손해보는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97년 환란 직후 금리가 치솟았을 때 판매했던 7.5%대 고금리 확정상품의 만기가 몰리는 내년 하반기에서 2003년 사이에 국내 생보사들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업계와 관련부처에서는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생보사들이 구조조정만 잘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부 일각에서는 저금리 쇼크로 7개 보험사가 파산한 일본식 결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보험사 부실은 왜 생겼나
금리 폭락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고객 돈을 굴려 올리는 수익, 즉 총자산수익률이 급감한 것이 부실의 주된 원인이다. 자산수익률은96년 9.8%서 2000년말 4.7%로 ‘반토막’이 났으나 고객에게 보장해준 예정이율은 96년 9.8%서 2000년 7.8%로 소폭 줄어드는데 그쳤다.
작년말 현재 국내 21개 생보사의 자산운용이익률과 고객보장이율간 이차(利差)손실은 2조5,000억원(역마진률3.1%) 정도로 99년 대비 5% 증가했다. 97년 이후 4년 연속 역마진을 기록한 것이다.
생보사가 판매한 상품 가운데 확정금리형 상품 비중은 현재 65%에 달하며, 확정형의 76%가 7%이상 고이율을 약속한 상품이다.앞으로 금리가 계속 떨어져도 이미 고객들에게 약속한 이자는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계약으로 인한 부실을 일시에 떨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에선 7개 생보사 파산
90년대 들어 금리가 급속 하락한 일본의 경우 97년부터 올해 사이 닛산, 도호 등 7개 중소 생보사가 파산했고, 3개 대형사도현재 도산위기에 봉착해 있다.
90년대 전반까지 일본 생보업계는 금리 리스크 회피(헤지)형 상품 개발이 전무했고 급격한 영업위축을 우려, 예정이율 인하에 소극적이었다.판매 순간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가 오래 지속된 것이다.
여기에 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생보사들은 주식 등 고위험상품에 자산운용을 계속했고,신용위험이 높은 기업대출을 확대했다.
감독당국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96년에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준(準)유배당보험(이차익 발생시에만 배당을실시하는 상품), 금리연동형 보험, 갱신부 예정이율 등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 파산이 잇따르자 당국은 최근 과거 계약자에게 약속한예정이율을 소급 인하하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는 생보사 부실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보험이라는 상품 성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정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003년 고비는 넘길 수 있나
최근 국내 보험사들은 금리연동형 상품 판매와 함께 기존 확정금리형 상품의 계약 해지 유도 등 편법까지동원, 부실 줄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금리연동형 상품은 신계약에만 국한되는 것이어서 부실의 확대 재생산은 막을 수있으나 과거 부실을 털어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식 종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김건민상품계리실장은 “이차 역마진이 작년 12월 3.1%에서 3월말 2.7%로 줄었다”며 “구조조정과 예정이율 인하로 역마진 폭을 점차 줄여가고 있어빠르면 2003년말~2004년에 역마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보험사 자산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10년이상 장기 채권이 없는데다 생보 시장이 성장 한계에봉착했고, 은행에 보험업을 허용하는 방카슈랑스 도입도 눈앞으로 다가와 생보업계가 2003년 고비를 무사히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생보사 21곳 결산실적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2000사업연도(2000년4월∼2001년3월)에 6,085억원의 결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중인 현대ㆍ삼신생명을 제외한 21개 생보사의 2000 사업연도 결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업계 2,3위인 교보생명과 대한생명이 각각 2,540억원과 2,989억원의 적자를 내는등 12개사가 9,5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2,471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9개사가 흑자를 냈으나 규모는 3,462억원에 그쳤다.
흑자를 기록한 생보사는 삼성생명을 포함해 푸르덴셜(344억원),라이나(170억원), ING(115억원), 동양(122억원), 메트라이프(104억원), 흥국(67억원), 동부(62억원),영풍(7억원) 등이었다.
적자를 낸 생보사는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을 비롯해 알리안츠제일(-1,099억원),대신(-636억원), SK(-587억원), 신한(-580억원), 한일(-380억원), 럭키(-366억원),뉴욕(-98억원), 프랑스(-94억원),아메리카(-90억원), 금호(-87억원) 등이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국민 1인당 생명보험료 100만원 육박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명보험료 납입액이 연간 1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는 5일 국내에서 영업중인 생명보험회사 21개사가 2000회계연도(2000년4월~2001년3월)에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총 46조7,000억원으로 전년(41조7,000억원)에 비해 1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생명보험료는 전년도 90만원에서98만7,000원으로 높아졌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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