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이 다시 한번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박찬호(28ㆍLA 다저스)는 5일 새벽 미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선발됨에 따라 부와 명예는 물론,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특급투수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를 맞게 됐다.
꿈의 무대에 서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지구상 최고의 야구축제. 메이저리거에게 올스타 선정은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가져다주는 티켓으로 통한다. 2001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선수60명의 연봉액수만 4,744억원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30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투수는500여명 안팎.
올해 올스타에 선발된 투수는 고작 21명(내셔널리그 11, 아메리칸리그 10명). 박찬호는 올스타 선발로 그렉 매덕스(애틀랜타)랜디 존슨(애리조나) 등 특급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LA 다저스에 입단,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가 17일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 절치부심끝에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돌아온 박찬호는 이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시절부터 체격이 크고 힘이 좋았던 충남 공주 전파상집셋째 아들 박찬호의 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메이저리거, 또 하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루게됐다.
연봉 2,000만달러 눈 앞에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들은 올스타 선정으로 박찬호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내년에 빅리그 투수 사상 최고액 연봉 2,000만 달러 안팎을 챙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봉협상의 귀재로 알려진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올스타 선정의 호재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벌써부터 “박찬호는 이제 평범한 선수가 아니다”라고 애드벌룬을 띄우기 시작했다.
올 시즌은 케빈 브라운(LA 다저스)의 1,571만달러가최고액 연봉. 연봉 990만달러에 계약했던 박찬호는 올스타전 출전으로 인센티브 5만달러 등을 추가, 연봉 1,000만 달러를 넘겼고 내년엔 연봉2,000만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박찬호가 그동안 벌어들인 돈은 연봉 220억원과 각종광고료 수입 등을 합쳐 모두 240억원. SK 와이번스 창단비용 200억원에 비춰볼 때 혼자서 구단 하나를 살 수 있는 거금을 챙긴 셈이다. 박찬호는이제 프로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최고의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박찬호 일문일답
박찬호는 올스타 선정에 대해 “역사적인 게임이다. 그런데 처음이니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자신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6일 오전11시10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선발등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_올스타에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여러분들이 얘기를 많이 하셨다. 올스타에 대해. 그러나 안 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내일 경기이다. 좋은 일인 것 같기는 하다. 다만 브라운,셰필드, 그린, 로두카 같은 동료들이 뽑히지 않아 안타깝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고맙고,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올스타전도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으로 본다. 일본선수들도 출장한다고 들었다. 역사적인 게임이다.”
_시애틀의 이치로에 대해서는 파악하고있는가.
“직접 보지는 못했다. TV로만 봤을 뿐이다. 매우 잘 때리는 타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난 선수로 본다.”
_올스타 선정소식은 언제 들었는가.
“아침에 일어나니 어머님이 말씀해주셨다. 휴대폰을 켜 보니 짐 트레이시 감독의 축하메시지가 새벽에 와 있었다.”
_처음 기분은 솔직히 어떠했나.
“그냥 담담했다. 올스타에뽑히는 특별한 일이 생겼는데 어떻게 내 자신을 조절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다. 평상심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아직은 모르겠다.”
_메이저리그로진출할 때 올스타도 목표에 있었는가.
“목표야 당연히 만들어 놓는 것 아닌가. 주위에서도 내가 해야 할 ?嗔Ⅸ? 제시해줬다. 그러나 그 것을 무시하고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생각했다. 그래야 이런 일도 생긴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특파원
changyh@dailysports.co.kr
■올스타전 유래
지금과 같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1933년부터였다. 야구기자였던아치 워드가 당시 시카고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한 볼거리를 생각하다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스타플레이어들간의 대결을 제안해 성사됐다.
원년 올스타전은 이해 7월6일 시카고의 코머스키파크에서 열렸는데 전설적인 홈런왕베이브 루스가 1호 홈런을 때렸다. 첫 올스타전이 대성공을 거두자 구단주들이 연례행사로 경기를 하자고 합의, 지난해까지 매년 올스타전이 벌어졌다.통산전적은 42승1무28패로 내셔널리그가 앞서 있다.
올스타전은 정규시즌처럼 연장전을 벌여서라도 승부를 가린다. 선발투수는 최소3이닝이상 던져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고 팬투표로 선정된 야수들은 주전으로 경기에 나선다. 1959년부터 1962년까지 한해에 2차례씩 경기를벌인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단판승부로 펼쳐졌다.
올스타로 선정됐어도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감독들이 지명하는 투수는 리그별로11명씩이나 돼 등판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올스타 '황색돌풍'
로베르토 클레멘테.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고 통산3,000안타를 돌파, 중남미출신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다. 중남미출신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여기는 그가 없었다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 버니 윌리엄스(뉴욕 양키스) 등을 볼수 없었을지 모른다. 말하자면 그는 중남미 선수들의 빅리그 진출에 물꼬를 튼 주역이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중남미에서 아시아쪽으로 발 빠르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징후는 올 시즌 올스타 무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스즈키 이치로가 루키 최초로 팬 최다득표를 얻으면서 올스타에 뽑히더니, 사사키 가즈히로(이상 시애틀 매리너스), ‘코리안특급’ 박찬호(LA 다저스) 등이 감독 추천선수로 합류, 3명의 아시아인이 올스타무대를 밟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1995년 노모히데오(당시 LA 다저스)가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올스타 무대에 섰다. ‘괴물타자’ 마쓰이(요미우리), 이시이(야쿠르트) 등 일본프로야구 출신들이 내년에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계획이고, 김선우(포투킷 레드삭스)최희섭(아이오와 컵스) 등이 미래의 올스타로 예약돼 이런 흐름은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인 스포츠로 도약하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아시아를 주 타깃으로 삼은 까닭도 황색돌풍이 거센 이유다. 올스타전은 올해 이탈리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12개 언어로 205여개국에 생중계된다.
한국의 MBC를 비롯, 도미니카공화국, 독일, 베네수엘라, 일본은 현지 생중계를 계획하고 있다. 사무국의 러셀 게이비는 “메이저리그는올해부터 국제적인 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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