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경기 회생이 더 급하다.’그동안 ‘물가안정’을 최우선 통화정책 목표로 표방해 온 한국은행이 5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낮추기로 한 것은 불황터널에서 좀처럼 빠져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를 일단 살려야 한다는시장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생산은 올 3월 6.4%(전년동기 대비)에서4월 5.6%, 5월 2.3% 등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도 4월 이후 마이너스 10%대를 넘나드는 등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콜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낮아져 기업들이보다 낮은 비용으로 운영자금과 설비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가계 소비심리를 북돋우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해왕(丁海旺)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기왕에 경기 진작을 꾀한다면 콜금리를 보다 큰 폭(0.5%포인트)으로 내려야 했겠지만 금융통화위원들이 물가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0.25%포인트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콜금리 인하 결정이 알려진 12시 45분께 종합주가지수는 597포인트에서 2포인트 가량 상승했으나 경계매물이 쏟아져 하락세로반전됐다.
황창중(黃昌重)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의 경기부진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상황이 호전돼야만 이번 콜금리 인하가 상호 상승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한 직접적인 부양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대계열사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는 것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9시 30분께 회의를 시작해11시 50분께 정회한 데 이어 12시 42분께 회의를 속개, 가까스로 콜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심각한 경우에도 2시간 이내에는 결론이 나곤 했으나 이번에는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3시간 이상 격론이 펼쳐졌다”며 “이는 한은이 콜금리를 통해 통화정책을 펴기 시작한 1995년 5월 이후 최장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날 7명의 금통위원들 사이에는 콜금리 인하가 물가 불안만 낳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았으며 인하 시기에 대해서도 ‘7월’과 ‘8월 이후’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금통위는 이날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투표를 통해 4대 3 과반수로 콜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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