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헬름스 상원의원 등 미 공화당 인사들의 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비서 방미초청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불쾌감을 안겨주고있다.이번 사건은 대북문제를 다루고 있는 미 보수 인사들이 남북관계 진전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가라는 심각한 의문을 던져준다.
먼저 초청장 전달 경로를 보면 이들 인사들이 한국 정부와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보좌관들을 보내 초청장을 전달한 흔적이 역력하다.
3월 방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신변안전이 보장 된다면 황씨를 보낼 수 있다”고 밝힌 점을 상기하면 공화당 인사들은 초청장 발송에 앞서 미 행정부로부터 황씨 신변안전보장을 확약 받았어야 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번 처사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대목이 수긍이 간다.
미 보수파들이 황씨의 증언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조금이라도 가늠했는지에도 의문이 간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때문에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로 빠져든 뒤 대화 재개를 모색해온 우리 정부가 황씨 방미 후 감수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남북관계 진전을 바란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 이번 초청건이 앞뒤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달 7일 대북대화 재개 성명을 발표한 부시 행정부의 방침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회의(skeptism)를 확인해 줄 황씨의 증언이 어떤 일관성을 갖는지도 알수 없다.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황씨 증언을 추진하는 미 보수파 인사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과 힘든 협상을 해야만 할 처지이다. 미국은 말로만 대북 협상을 도와 주겠다고 할게 아니라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영섭 정치부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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