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엔 춘투(春鬪)대신 춘협(春協:Spring Consultation)이 있다.파업으로 인한 휴업일수가 연평균사흘(1996~1998년)에 불과, 유럽연합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조사기관인 EIU는 안정적 정치환경과 노동시장 등을 들어 네덜란드를‘향후 5년간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았다.
20년 전만해도 네덜란드는이런 나라가 아니었다. 1,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네덜란드는 81~8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에 물가 상승률이 6%를 넘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연쇄도산으로 매달 1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은 끊이질 않았다.
침몰직전의 네덜란드 경제를 건져낸 것이 바로 국민적 합의에 의한 경제개혁, 즉 ‘폴더(Polder) 모델’이었다. 폴더란 바다를 메워 만든 평지라는 뜻. 13세기이래 전 국토의 20%이상을 간척했던 국민적 화합과 협력이 바로 폴더모델인 것이다.
2류국가 전락의 위기감속에서 노사 양측은 82년11월 헤이그 북쪽 작은 마을인 바세나에서 임금억제와 고용촉진을주고 받는 대타협안(바세나 협약)을 도출해냈다.
노조는 ▦임금인상자제 ▦임금의 물가연동제 유보(실질소득 9% 감소) ▦고용주의 사회보장세 부담완화(근로자추가부담)를 받아들였고, 사용자측은 ▦노동시간 5% 단축을 통한 추가고용 ▦사회보장 골격유지를 수용했다.
정부 역시 사회보장 남발축소, 공기업 민영화등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컨설턴트인 브리에스씨는 “바세나협약은 합의를 기초한 폴더모델의 상징으로 그 정신은 현재까지도 네덜란드 경제운용의 기본골격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바세나협약 이후 노사관계의 초점은 ‘임금인상’에서‘고용유지’로 바뀌었으며, 이런 실용주의 노선을 주도했던 노조지도자는 현재의 네덜란드 총리인빔 콕이다.
임금 합리화와 일자리 재분배(job-sharing) 정책으로 26만5,000개의 새로운 고용이 창출됐고, 실질성장률은 다른 유럽국가보다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유럽특유의 사회복지제도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노사간 양보로 고질적 실업을 해결함으로써 ‘네덜란드병’이‘네덜란드의 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네덜란드의 노동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유연한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해고는 좀처럼 용납되지 않지만, 높은 파트타임근로자 비중과 사업장별 다양한 근로계약형태로 사실상 완전고용을 구가하고 있다.
마스트리트 경영대학의 소테 교수는 “네덜란드의 성공은 합리적 임금, 사적 직업알선체제, 파트타임 활성화를 통한 여성과젊은 노동력의 활용 등 노동시장의 성공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허브경제
네덜란드는 ‘허브(hub:중심축) 경제’다. 독자 내수시장이 협소한 경상남ㆍ북도만한 면적의 네덜란드가 생존하는 길은 ‘유럽의 관문’이되는 것 뿐이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물동량 1위의 유럽 최대항구로 유럽내 50개 지역으로 이어지는 논스톱 컨테이너 운송망을갖추고 있다. 스키폴 공항은 세계 10대 화물센터의 하나로 꼽힌다.
네덜란드에는 소니 미쓰비시 나이키 등이 유럽지역본부를, 애플 시스코 리복 등은공동서비스센터를, 컴팩 에이서 휴럿패커드 제록스 3M 등이 유럽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물류센터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경제 전체가 하나의물류기지이자, 외국기업의 거점인 셈이다.
허브경제의 필수조건은 규제완화다. 네덜란드는 지난 5~6년 동안 기업관련 법규를 단순화, 간소화, 나아가 폐지하는쪽으로 고쳐왔다. 2006년부터는 창업 관련법이 완전 폐지될 예정이다. 에너지 철도 통신 등 인프라 산업도 민영화 및 개방했다.
네덜란드가 쉘 필립스유니레버 등 세계 500대 기업을 14개나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업하기 좋은 환경’때문이다. 대형항공업체 포커사가 도산했을 때도 정부는 아무런 자금지원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만큼 관(官)의 시장개입은 없다.
그러나 전반적 탈(脫)규제속에서도 엄격한 규제의 영역은 있다. 위진버겐 전 경제기획청 사무총장은 “공공목적과 건전한 시장경제발전을 위해 경쟁(독점규제), 환경, 의료분야에 대한규제는 존재해야 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기업의 금융기관 소유도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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