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모르는게 너무 많아다 큰 뒤에 생각해보면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우리 어린 시절의 학교생활은 얼마나 힘들었던가.
선생님한테 벌서고는 낯이 벌개져 부끄러워 하던 일, 여린 마음에 걱정이 있어도 선생님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던 기억,학교 규칙에 적응 못해 아침마다 다른 곳으로 달아나고 싶었던 유혹.
요즘 어린이들도 그렇다. 강무홍(39ㆍ여)씨의 창작동화 6편이 실린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의 이런 학교생활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산뜻하고도 발랄하게 그린다.
주인공은 천방지축 덜렁거리는 여자아이 해우와 수줍고 소심한 남자아이 동희, 둘다 1학년이다.
수업시간 동희는 마려운 오줌을 참다 참다 “아줌마! 나, 오줌쌀 것 같아요”라고 선생님께 말했다가 야단 맞고 웃음거리가 된다.
다음날 학교를 빼먹은 동희에게 아빠는 말한다.“우리 동희는 눈이 몇 개지?” 아이스크림을 베어물다 “우- 개”라는 동희.
“아빠도 두 개, 선생님도 두 개란다. 동희 반에 친구들은스무 명도 넘는데, 선생님은 눈 두 개로 그 많은 애들을 다 봐야 한단다.
그러니까 사실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겠지? 그러니까 우리 동희가 얼마나 오줌이 마려운지 모르고 야단부터 친 거야.” 동희는 “모르는게 너무 많은 선생님께 이제는 오줌 마려울 때는 친절하게 가르쳐 줄 거야”라고 큰소리로 다짐한다.
해우는 더하다. 입학 두 달이 지났는데도 교실을 잊어버리고, 하루도 조용할 날없이 장난치다 복도에서 벌을 선다.
“복도는 ‘집에 오는 길’이라서 좋기도 하지만 ‘나혼자 나가서 벌서는 곳’이라서 싫기도 해”라고 어느날 무심코 엄마에게 말하는 해우. 그제야 엄마는 해우의 학교생활을 알게 되고….
작가 강씨는 이처럼 어린이들이 처음 맞는 사회인 학교생활의 규칙, 친구관계에 적응해가는 과정 등 그들의 속내와 고민을 익살스럽고도 감동적으로 그린다.
“학교에서 자꾸 혼나는 어린이, 마음이 여린 어린이, 그런 친구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하하하, 나만 힘든 줄 알았더니 아니네? 괜히 끙끙댔잖아!’ 한다면 더 바랄게 없지요”라고 그는 말한다.
강무홍 글, 이형진 그림ㆍ사계절발행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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