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의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AS 로마)가 일본 J리그에서 이탈리아 페루자로 이적할 때 이적료는 330만달러였다. 그러나 이중 페루자가실제 지급한 액수는 100만달러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스폰서들의 후원으로 해결했다.나카타는 페루자에서 2년을 뛰고 지난 해 1,600만달러의 거액에 AS 로마로이적했다. 지금 나카타는 잉글랜드 명문 아스날에서 2,850만달러에 이적 제의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고작 5게임에 출전한 나카타에겐 거의 파격적인대우이다.
그러나 나카타가 페루자시절 수백명의 일본 관광객을 몰고 다녔고 AS 로마에서 그의 유니폼이 7만장(약 84억원어치)이나 팔렸다는 사실을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오늘의 나카타는 결국 일본 축구계와 팬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나카타에 비하면 페루자에서 지난 1년 임대선수로 활약했던 안정환의 경우는 불행하다고할 수 있다. 페루자가 100만달러에 완전이적을 제의했지만 안정환의 소속팀 부산 아이콘스는 당초 약속대로 210만달러를 달라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구단의 태도는 한국축구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해 대한축구협회는내년 월드컵을 위해 유망주들의 해외진출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설기현(벨기에)과 최성용(오스트리아) 만이 유럽의 중하위권 리그에서 뛰고있을 뿐 ‘한국선수의 실력으로 유럽 무대는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동국은 독일 브레멘에서 임대선수로서의가치도 인정받지 못했다.
우리 선수가 왜 유럽에 진출해야 하는 지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최근 인터뷰에서안정환은 “구단으로부터 ‘일본 팬들은 나카타를 보러 수백명씩 오곤 했는데 너희 나라에서는 왜 한 명도 오지않느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나카타와 안정환의 차이는 결국 일본과 한국축구계의 의지의 차이라 할 수 있다.부산 구단이 돈을 이유로 안정환의 앞길을 막는다면 유망주들의 유럽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축구협회가 나서 도와야 하지 않을까.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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