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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울리는 방송 / (중)개인기 세번에 노래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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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울리는 방송 / (중)개인기 세번에 노래 한번?

입력
2001.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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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으로 전파를 쏘아 대며 한 번에 1,000만 명씩을 TV앞에 불러모을 수 있는 방송사와, 역시 전국에 셀 수 없이 많은 팬을 거느린인기가수.이 둘 중에 누가 더 힘이 셀까?

최근 인기가수들이 방송국의 횡포를 성토하고 나선 데 대해 방송사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군림하던 시대는 지났다.

스타 출연이 시청률로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PD들이 인기가수들을 ‘모셔와야’ 할 판이다”라고 볼멘 소리를 한다.

근래에는 방송사에 대한 인기가수들의 협상력이 커져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예제작자들은 다른 얘기를 한다.

“순위프로그램 출연이 인기의 척도인 상황에서 어떻게 방송사에 대항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섭외를 거절하면 ‘괘씸죄’로 순위프로그램 출연이 취소된다고 한다.

인기스타를 여럿 거느린 대형 기획사마저 이른바 ‘연좌제’로 피해를 입는다.가수 B의 매니저는 다른 방송사 스케줄 때문에 출연요청을 거절하자 데리고 있던 다른 신인가수의 순위프로그램 출연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진실은 양쪽 입장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겠지만, 최근 김건모의 사례는 연예 제작자들의 말에 좀더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전파견문록’, ‘게릴라콘서트’, ‘21세기위원회’, ‘알까기’, 그리고 ‘목표달성 토요일’의 ‘동거동락코너’ 까지. 김건모가 출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MBC 프로그램은 다섯 개나 된다.

지난 달 30일 MBC ‘음악캠프’에서 한참신인급인 ‘문차일드’에 밀려 2위를 한 직후 그는 순위프로그램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모든 MBC프로그램에 출연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건모측은 “MBC가 우리를 우롱했다”고 분통을터뜨렸다.

연예제작자들은 “김건모 같은 대형가수가 무엇 때문에 오락프로그램에 그렇게 많이 출연하려 했겠는가”라고 말한다.

즉 가수들의 오락프로그램 출연은 일종의'투자'라는 것이다. 사활이 걸린 순위프로그램 출연을 염두에 두고 바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얘기다.

매니저들은 아예농반 진반으로 “토크쇼 세 번에 순위프로그램 한 번”이라고 나름의 공식까지 세워놓고 있다.

사실 조성모가 ‘출발 드림팀’을 통해, god가‘육아일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부 오락프로그램은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부각됐다. 어찌보면 방송사의 일방적인 강요라기보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종의 거래인 셈이다.

그러나 국민가수로까지 일컬어지는 대형가수 김건모의 사례는 여전히 방송사가 힘의 우위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비결은 바로 순위프로그램에 있다. 일부 PD들 역시 “솔직히 순위 프로그램이 없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자사 오락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하고 경쟁프로그램에출연하는 등의 행동에 유력한 견제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TV만 틀면 나오는가수들, 이들은 자발적으로 방송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방송사의 인적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노래할 수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래도 오락프로그램에 나가면 뮤직비디오는 틀어준다.

그런데 왜 우리만 ‘가수가 노래는안하고 개그나 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하느냐”는 한 매니저의 푸념은 그래서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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