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투기 자본(벌처 펀드ㆍVulture Fund)’ 등의 자본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는 현재 ‘한미 조세조약’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4차 한미 조세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있는 미국계 투기자본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한미 조세조약’ 16조의 수정을 미국측에 요구했다.
지난 1979년 10월 발효된 ‘한미 조세조약’ 16조는 ‘미국인이나 미국 법인이 한국에서의 자본적 자산 매각, 교환 또는 기타의 처분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로부터 면제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22년 전에 체결된 조세조약 규정 때문에 미국 벌처펀드의 자본 소득에 과세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조약을 시대변화에 맞게 바꾸고, 국부 유출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미국 정부에 관련 규정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업계에서는 ‘한미 조세조약’ 16조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진출한 미국 투기자본이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돼 왔다.
한 관계자는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계 투기자본은 약 100억달러이며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20~30%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산을 매각한 국내기업에는 세금이 부과되면서, 막대한 사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자본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지난 98년 제일은행에 5,000억원을 투자한 뉴브리지 캐피탈이 수년 후 시세차익을 남기고 철수할 경우에도 한푼의 세금도 받아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미4차 조세회담’에서 미국측은 우리 측 요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로열티 수입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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