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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돈넘쳐 고민

입력
2001.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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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 여파 등으로 시중 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은행마다 자금 운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실세총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은 3일 현재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고소득자와 우량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이색 아이디어 발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신용도가 낮고 담보조차 없는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대출요건 강화로 극심한 자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 "1,000만원 받아가세요"

예금을 하기 위해 조흥은행 명동지점을 찾은 이성일(李成一ㆍ43ㆍ회사원)씨는 창구 직원에게서 “1,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언제든지 이용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흥은행은 전체 고객 900만명 중 과거 5년간 거래실적, 신용상태를 토대로 130만명을 선정,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든지 1,000만원까지 신용대출 받을수 있다는 것을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있다. 고객들의 대출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대출 마케팅 기법이다.

제일은행은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에게 50만~700만원을 연 13.9~22.9%의 고금리로 즉시 대출 해 주는 ‘퀵캐시론’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은행 지점들은 매일 근처 시장을 돌며 ‘일수대출’ 세일즈를 다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의약분업 자금 대출, 개인택시 면허증 담보 대출 등 이색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제2금융권과 연계한 ‘다기능정기예금’상품을 출시했다.

은행들은특히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한빛은행은 전국 각 지점에 총 290명의 중소기업 전문가(SRP)를 배치키로 했다. 이들은 앞으로 총 3만9,000개에 이르는 우량 중소기업들의 경영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민은행은 지난 달 27일 여의도 63빌딩 국제 회의장에서 350여명의 우수 중소기업 경영인을 초청, 중소기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전국의 우수 중소기업인 250여명으로 ‘다이아몬드 클럽’을 발족, 앞으로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필요한 경영 정보를 제공하기로했다.

■ 빈익빈 부익부 심화 우려

지동현(池東炫)조흥은행 상무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가계대출과 우량 중견기업 대출시장이 확대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등 대부분 금융기관이 리스크가 적은 가계대출과 우량 중소기업에만 집중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어 산업자금이 왜곡 배분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우량-비우량기업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계부실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 지점마다 가계 대출 실적 경쟁을 벌이면서 가계대출 연체율도 급상승, 최근 연체율이 지난 해 말보다 0.2~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S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해 말 1.5%에서 최근 2.5%로, H은행은 2.95%에서 3.45%로 상승했다. 현재와 같은 경쟁 추세가 지속될 경우 파산을 선언하는 가계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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