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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얼굴'이 겪어온 고통과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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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얼굴'이 겪어온 고통과 환희

입력
2001.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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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역사“네 얼굴에 책임을 져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은 곧 각자의 얼굴에 대한책임을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뒤집어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의 내면을 외부에 일차적으로 드러내는 유일한 통로, ‘내삶이 내가 아닌 우주와 만나는 계면(界面)’이 바로 얼굴이다.

프랑스 여성 소설가 니콜 아브릴은 ‘얼굴의역사’에서 인류 문화ㆍ예술의 역사를 얼굴이라는 주제로 참으로 매혹적으로 풀었다.

신화시대 자신의얼굴에 도취해 연못으로 뛰어들었던 나르시스로부터, 성형수술로 이식된 고깃덩어리들이 활개치는 20세기까지 아브릴은 얼굴에서 인간의 고통과 환희의역사를 본다. 파스칼이 말했듯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의 얼굴이 바뀌었을 것이다.”

선사시대 동굴벽화에는 아직 제대로 된 사람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았다. 인간은아직 얼굴과 다른 몸을 구분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인간의 형상을 완전히 갖춘 최초의 얼굴은 기원전 26세기를 전후해 만들어진 이집트 조각‘가부좌의 서생(書生)’에서 나타났다.

스핑크스나 신격화한 파라오의 형상은이 서생의 얼굴에서 비로소 인간의 얼굴로 바뀌었다.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인간들은 화장술로 그것을 가꾸기 시작한다. 로마시대 여인들의 얼굴은 납을사용한 두꺼운 화장으로 시커멓게 썩어갔다.

“보지 않고 믿는 사람에게 복이 있으라.” ‘인간의 얼굴’을하고 온 예수의 이 말은 중세까지 수세기에 걸친 성화(聖畵) 예찬론자와 파괴론자의 살륙에 이르는 전쟁의 단초가 됐다.

르네상스는 암흑에 감춰졌던 인간의얼굴을 다시 드러내려는 시도라고 보면 정확하다. 다빈치는 얼굴의 진실을 찾기 위해 30여 구의 시체를 해부했다.

얼굴에 대한 억압은 서양의 일만이아니었다. 코란은 “내가 볼 수 없도록 그 얼굴을 감추어라!”고명한다.

옛 우리 여인네들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감추었고, 일본에서는 1,000년 이상이나 치아를 시커멓게물들이는 ‘오하구로’의 풍습을 유지했다. “말에는재갈이 있듯이, 여자에게는 오하구로가 있다.”(일본 속담)

그러나 이 모든 어둠을 뚫고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되찾았는가. 혼돈과 비극으로얼룩진 20세기초 피카소가 그린 얼굴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심연의 고독 그 자체다.

사진술과 영화의 발달은 오히려 인간의 얼굴에 더욱 세련된가면을 씌우고 있다. 획일화한 미모들이 TV화면과 영화스크린을 장악하면서 인간의 시각은 나머지 네 감각에 비해 기형적으로 발달했다.

“우리는이제 배만큼이나 큼직한 눈을 갖게 되었다”고 저자 아브릴은 탄식한다. 소설처럼 흥미롭고도 문장으로그는 “모든 것을 뚫어보지만 정작 내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눈동자”야말로 우리의 얼굴-존재의 유일성을 가장 분명히 확인해주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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