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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 남성중심문화와 공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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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 남성중심문화와 공창론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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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꺼내기가 거북한 소재가 모처럼 공론의 수면으로 떠올랐다. 김강자 총경이 공창 합법화론을 제기하고 강지원 검사가 반론을 폄으로써 파문이 일었다.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주제가 민감하고 희귀하기 때문일 것이다.두 사람이 매춘 근절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도 그 발언들은 주목할 만하다.통속적 견해로는 남성인 강 검사가 공창 합법화론을 지지하고,여성인 김총경이 반대할 것을 예상할 수 있겠으나,실제는 반대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점은 두 사람이 매춘 근절에 커다란 사명감과 소신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서울경찰청 방범과장인 김 총경은 예전 종암경찰서장 취임시 "'미아리 텍사스'를 뜯어 고치러 분개와 슬픔을 가지고 왔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 총경은 윤락 여성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결하고 확산되는 매춘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윤락을 합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생각이 종암경찰서장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경찰서장 재직 시에도 미성년자 매춘을 강력하게 단속했을 뿐,성년자의 매춘까지 단속하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서울고검 강 검사는 '매춘 여성으로부터 피를 빨아먹는 직업적 매춘 업주와 업소에 대해 극형에 가까운 철퇴를 내려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경론을 폈다.직업적 매춘 업소를 폐쇄한 후 남게 되는 '독립적 매춘 여성'에게 재활 처분 등을 통해 새 삶을 찾게 한다는 구상이다.

김 총경의 주장은 구체적 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 대안일 수 는 있지만,하나의 타협안이며 궁극적으로는 매춘근절에 대한 포기가 된다. 그 보다는 매춘 업소를 정비하여 매춘을 없애 가자는 강검사의 주장이 합목적적으로 보인다. 공창을 인정하고 매춘을 직업으로 인정하게 되면 매춘에 대한 죄의식도 사라짐으로써,우리의 성 풍속은 더 혼탁해질 것이다.그렇다고 단호한 근절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음은 숨박꼭질 같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말해준다.

매춘은 사회의 성의식과 성문화의 반영이다.여성부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성의식은 전통적·유교적 고삐를 멀리 벗어난 듯하다.설문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윤락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답했다.또한 윤락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일반인은 '처벌단속의 미흡(36.5%)과 '윤락 행위를 당연시하는 남성중심의 문화때문'(25.9%)을 꼽았다. 반면 변호사 등 전문인들은 '남성중심의 문화'(51.9%)를 '처벌단속의 미흡'(21.9%)에 앞서 지적했다.

성을 금기시하거나 억압하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는 없다.성적 욕망은 남녀 간에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처리되어야 한다. '성 개방' 외침 속에는 봉건적 질곡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가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성 문제는 성인 남녀 간 개인적 영역의 일이지,매춘으로 연결될 직업적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건강한 성의식을 왜곡시키고 성적 방종을 부추기는 문화에 너무 깊이 젖어 있다. '원조교제'를 개탄하는 한편에서 여고생을 등장시킨 섹스 영화 '거짓말'이 화제가 되고, 포르노 그라피 전시회'여고생'이 열린다. 또한 스와핑(부부교환섹스)을 다룬 영화와 소설이 제작되면서 탈선을 충동질한다. 최근에는 근친상관과 동성애,강간 등 왜곡된 성을 소재로 한 일본의 패륜게임도 들어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부를 만한 이런 문화 풍토를 차단하지 못하는 한,매춘은 사라지기 어렵다. 공창론이든 성매매 근절책이든,남성중심 사회의 산물이라고 할 이런 문화에 대한 자성과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박래부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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