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이 부모묘소를 이장하면서 산림을 훼손한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 문중에 대한 사법처리를 차일피일 미뤄 ‘눈치보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예산군은 김 명예총재 문중이 지난달 8일 묘소를 이장하면서 270여 평의 산림을 훼손한 것을 확인했지만 1개월이 다 되도록 사법처리를 미룬 채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예산군은 특히 이 사건을 인지한 지난달 11일 이후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0여 일만인 지난달25일 김 명예총재의 장조카인 김모(55)씨가 신고 없이 묘소를 이장한 것과 관련,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면서 김씨가 산림훼손을 시인한 후에야 입건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예산군의 이 같은 미온적인 태도는 다른 산림법 위반자를 신속하게 처리해온 군의 행정관행과 거리가 먼 것이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김 명예총재 부모 묘소가 이장된 덕산군 신양면 하천리 인근 덕산면 복당리 주민 전모(38)씨는 3년 전 3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사실이 올해 5월 확인되자마자 예산군에서 검찰에 송치, 2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김 명예총재 부모 묘소 이장으로 270평의 20년 생 소나무 30그루가 잘려나가 전씨에 비해 훼손정도가 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정처리에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충남시민연대회의 성기원(成基元ㆍ34)사무국장은 “예산군이 다른 산림훼손 행위자의 처리 때와는 달리 장기간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충청지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 명예총재를 위한 ‘눈치보기 행정’이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예산군은 “산림훼손행위자와 산주가 김 명예총재의 장조카인 것을 지난달 25일 최종확인, 현재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인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이고 있다”며 “산림공무원 등 사법경찰 관리직무규칙상 처리기한이 입건 후 2개월이므로 시간을 갖고 충분히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오창(權五昌) 예산군수는 1995년 자민련 공천으로 초대 민선군수로 당선돼 재선했으며 현재 3선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택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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