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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여성주간 - 여성부근무 남성 김기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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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여성주간 - 여성부근무 남성 김기현씨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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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여성부 발족 직후 한명숙(韓明淑) 장관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여성부에 지원한 이유를 물었다. 김기현(金起顯ㆍ41ㆍ조사2과 6급)씨는 “그동안 지은 죄가 많아서 오게 된 것 같다”고 대답해 엄숙했던회의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김씨는 인기 부서로 꼽히는 행정자치부 인사과에 있다가 여성부 근무자 모집공고를 보고 ‘환경을 바꿔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선뜻 지원했다. 그러나 그가 맞닥뜨린 변화는 막연한 상상 이상이었다. 전 부서에선 동료 25명중 여성이 3명 밖에 안됐지만, 이제 상사를비롯해 여성이 절대 다수인 곳에서 처음으로 ‘마이너리티’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술한잔 걸치고 싶어도 동조자를 구하기 어려워 강건너 정부광화문청사까지 달려가곤 했습니다. 다른 행정 부처와 업무적으로 접촉할 때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놀라곤 했지요.”

하지만 그는 이런 적응과정에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성차별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업무는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신청이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는 것.

전같으면 뭐 이 정도 갖고 그러느냐고 했겠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릅니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지만 아직도 직장과 사회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요.”

김씨는 얼마전 공론화했던 사단장의 부하 여군 성희롱 사건 등을 거치면서 남성들이 경각심을 갖기 시작한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기고있다.

“선진국에선 자녀가 성폭력을 당하면 그대로 병원에 데려가증거를 확보하지요. 우리는 자녀를 씻기고 나서 병원에 데려갑니다.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대처요령은 미숙하지요.“

그는 “여성이 성희롱을 느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가능한 현행법률이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중심 구조를 개선하자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기야 여성부로 오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남자동료들의 그런 견해에 여전히 맞장구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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