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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 / 굿모닝 증권 도기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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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 / 굿모닝 증권 도기선 사장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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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증권투자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증권사에, 그것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면 자신은 물론 직원들도 당혹해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이 꼭 주방장만큼 요리를 잘할 필요는 없기에 오히려 그의 경영능력에 더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굿모닝증권의 도기권(都杞權ㆍ44)사장은 국내와 태국 시티은행에서 14년 동안 마케팅 등 소비자금융 부문의 13개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금융맨 출신.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그 만큼 고객들의 숨겨진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절제된 운영방식 내에서 서비스의 맥을 이어주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이도 드물다는 것이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동료 시티맨들의 평가다.

건설현장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고꼼꼼한 그의 성격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그런 그가 굿모닝증권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후 2년 반 만에 회사를 서비스와 고객만족도 부문에서 수위업체로 끌어 올려놓을 수 있었던 남다른 경영원칙과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미국 투자 기관인 H&QAP의 쌍용투자증권 인수 직후인 1999년 1월,도 사장이 굿모닝증권에 취임하던 첫 날부터 그의 경영스타일은 파격에 가까웠다. 외국계 은행 경력만을 가진 4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라는 점 자체도 남달랐지만, 전직원들과의 첫 대면에서 인사말 원고도 없이 불쑥 단상에 오른 것이다.

그의 취임사는 간결했지만 솔직했다. “전 증권을 잘 모릅니다. 증권 영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사장이 돼 여러분에겐 상징적으로만 사장일 수 있지만, 앞으론 여러분 마음속에 진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사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밈없는 그의 첫 인사처럼 회사명도 ‘굿모닝’으로 바꾸어버리는 또 다른 파격을 시도했다. 도 사장은 “오렌지나 애플같은 신선한 이미지의 회사명을 원했지만 미소를 품은 ‘굿모닝’이 더 자연스러웠다”며 “이미지란 기업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격식에 매인 사내 임직원들은 물론 그를 신임하는 외국인 주주들까지도‘굿 모닝(안녕) 증권’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도 사장은 오기가 발동했다. 그는 “굿모닝이아닌 다른 회사명이 붙을 경우 CEO로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직접 이사회에 통고한 것이다. 이때부터 굿모닝증권의 기업지배구조는 그 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는 주주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집행기능을 가진 경영진의 결정에 ‘견제와 조화’로 대응하며 기업경영원칙을 세우기시작했다. 그 첫번째 산물이 바로 ‘굿모닝’의 낙점이었다.

도 사장 취임 이후지난 2년간은 ‘장사꾼의 논리’에 맞춰 수익성 제고를 위한 치열한 내부 조직의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이것이 결국 생산ㆍ효율성의 제고로 연결되는 굿모닝의‘하드웨어 완비’ 기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행된 기업 문화의 개혁은 사내 조직을 속속들이 뒤집어 엎을 만큼 파격적이었다.직원 수는 3분의1이상 줄었고, 증시가 대세 상승기를 맞았던 99년엔 오히려 지점수가 68개에서 62개로 감소했다.

조직ㆍ인사체계가 수익위주로 재편되면서 굿모닝의 사이버거래 활성화와 수수료 낮추기 전략은 업계에 만만찮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업계 최초로 도입된 온라인 전문 브랜드 ‘굿아이’에 이어 금융상품인 ‘산타글로스’도 이때 첫 선을 보였다.

외국 증권사들의 국내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M&A 등 증권업계 자체의 구조조정 바람이 여의도 증권가에 거세게 불고 있는 시점에서 도 사장은 “외형 규모면에선중형사인 굿모닝이지만 경영실적으론 대형사에 맞먹는 수준”이라며 “합종연횡 이든 독자생존 이든 이제 어느 그림에 붙여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탄탄한기반을 갖췄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내부적으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원칙을 고수할 줄 아는 매력이 넘치는 여성(굿모닝)인데 남성(타사)들이 앞 다퉈줄을 서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굿모닝의 상징인 잔잔한 미소가 묻어난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어떤 회사

국내 증권사중 경영 투명성과 뛰어난 마케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증권주로 꼽히는 굿모닝증권. 외환위기 직후 전신인 쌍용투자증권이 과다한 해외투자와 지급보증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정부로부터 경영개선명령 조치를받은 1997년, 미국계 투자회사인 H&QAP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외국계 증권사로 거듭 태어났다.

굿모닝증권의 대주주는 현재H&QAP를 비롯, 미 캘리포니아연기금 자금운용회사인 롬바르드, 싱가포르 투자청(GIC), 국제금융공사(IFC) 등으로 이들의 보유지분은39.21%. 이에 따라 기업지배구조는 의사 결정기능과 집행기능으로 엄격하게 분리돼 이사회는 주요사안을 결정만 하고 실질적인 집행은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수행한다.

외국계 증권사로 거듭난 후 영업용 순 자본 비율은 인수당시 마이너스 162%에서 2년 만인 올 3월 현재 604%로대형사 수준에 달할 정도. 또 업계 최초로 온라인 전문 브랜드 ‘굿 아이’를 내놓아 3개월 만에 고객 계좌 수를 2배로 늘리는 등 차별화 된 마케팅 전략이 특징.

▲ 자본금 9,086억원

▲ 임직원수 1,650명

▲ 지점수 62개(해외현지법인 뉴욕, 런던)

▲ 주식위탁약정 시장점유율 5.47%

▲ 금융상품판매잔고 3조3,000억원

▲ 총계좌수 45만5,000여개

▲ 당기순이익 2001년 1월 711억원지난해 2,103억원

(이상은 2001년 3월말 현재)

■나의 키워드

▽최고경영자(CEO)란 철저한 장사꾼이다.

“CEO란 정치인이 아니다. 악착같이 돈을 버는 근성을가진 ‘장사꾼’이어야 한다.” 도 사장이 말하는 장사꾼의 덕목은 기업의 수익성에 집중된다. 기업의 목적이 돈 버는 데 있다면 수익성 없는 장사는한 마디로 그 존재가치를 잃은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2년 반 전 굿모닝 증권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직원들에게 “함께 장사꾼 같이 돈을 벌어보자”고외쳤던 도 사장은 “번 돈의 사용용도는 사회환원 등 다양할 수 있겠지만 돈을 벌 때 까진 철저하게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사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라

‘바이 코리아’붐으로 증시가 유례없이 활황이던 1999년, 대형 증권사들이 앞 다퉈 지점을 개설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때 굿모닝증권은 반대로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치열한 경쟁으로 향후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는 지점들을 잇따라 폐쇄했다.

물론 사내 임직원들의 저항은 컸다. 외국계은행에서 온 갓 40대의 젊은 사장이 ‘뭘 모른다’는 식으로 반발했다.그러나 도 사장은 “파도가 치지않고 순풍이 불 때 항해하는 것은 쉽지만 태풍이 불 때 남들보다 안전하고빨리 항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핵심 경쟁력의 몫”이라며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로선 “증시는 언제든지 조정 받을 수 있다”는 환경변화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뒤 결과는 업계 영업용 순자본 비율 1위로 나타났다.

도 사장은 “통제외적 조건인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전략적 대응방안을 사전에 강구하는 것이 CEO의 으뜸과제”라며“조직 역시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하는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선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 겨울에 사 둔 밀짚모자가 결국 땡볕 아래에서 그 가치를 드러낸다’는 증시속담을 경영방식에 도입한 성공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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