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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여성주간 - 제1회 평등부부상 서진석.김순영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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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여성주간 - 제1회 평등부부상 서진석.김순영氏

입력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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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까지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반쯤 감아라.’아무리 좋아 결혼한 부부라도 막상 살다보면 아무래도 서로에게 거슬리는 점들이 드러나기 마련.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잔존해있는 가부장 문화가 잦은 부부갈등의 원인이다. 이런 현실에서 평등한 부부란 어떤 모습일까.

여성주간(7.1~7)을 맞아 여성부로부터 제1회 평등부부상을 수상한 서른여섯 동갑내기 서진석(徐眞錫)·김순영(金順英) 부부를 만나 보았다. /편집자주

1993년 서진석·김순영 부부는 당시로서는 좀 ‘남세스러운’ 청첩장을 돌렸다. 포갠 두 사람의입술 모양에 “불완전한 남(男), 불완전한 여(女)가 만나 /아옹다옹 다투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사랑을 가꾸어 왔습니다 /저희가 평등한 하나가 되고자 하오니….”라는 글을 적었다. 결혼 8년째. 여느 부부처럼 이런 저런 갈등이 없진 않지만 두 사람은 약속을 지켜오고있다.

사실 남편 서씨는 이번 수상 전부터 여성계에서는 ‘모범남편’으로 꽤 알려져 있던 터. 인터넷 벤처 페이레터의 기획실장인 그는 상당기간 PC통신 나우누리에 ‘아빠의 육아일기’를 연재해왔고, 얼마전에는 ‘나에겐 가족이 있다’는 자전 에세이도 냈다. 아내 김씨는 환경정의시민연대의 기관지 ‘우리와 다음’의 편집장을 맡고있는 맞벌이 부부다.

▦ 가사ㆍ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

경기 과천의 아파트 문이 열리자 윤호(6), 윤하(3) 형제가 먼저 뛰어나와 반긴다.

부인 김씨에게 “수상을 축하한다”고 운을 떼자 “뭐 상을 받을만큼 특별하게 살지않습니다. 부부싸움도 가끔씩 하는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보통 가정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점들이. 사실 그런 작은 부분이야말로 부부사이에서는 본질적인 것일 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들에게 집안일은 너나의 몫이 따로 없다. 그저 그때 그때 여유있는 사람이 할 뿐이란다. 남편 서씨는 조금은 쓱스럽게 “신혼 초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도 곧잘 했지만, 요즘은 설거지, 청소, 아이와 놀아주기 등을 주로한다“고 말하고선 굳이 이유를 설명했다.

“아내가 그렇게 행동하기를 원해서도 아니고, 페미니즘을 옹호해서도 아닙니다. 아내가 일 때문에 외출할 적마다 집안 일을 해보면 지칠 만큼 노동강도가 높다는 사실에 새삼놀라곤 합니다. 나의 집안 일이 가정의 행복함과 쾌적함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즐겁습니다.“

서씨는 아내가 불가피하게 자녀를 맡기지 못하고 일을 하게되면 회사에 월차휴가원을 내서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매달 한번씩은 반드시 서점에 들러 자녀교육에 관한 서적을 구입해 읽고 있다.

서씨의 이런 면에는 개인적 체험도 한 동기가 됐다. 대학(서울대 지리학과 84학번) 시절 학생운동으로 수감됐던 충격으로 어머니가 유명을 달리했던 것. “순종의 삶을 미덕으로 여기며 8남매를 키우신 어머니에게 막내로서 마지막까지 걱정을 끼쳐드린데 대한 죄스러움을 떨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훗날 아내에게는 절대로 불편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가계부 정리도 남편 몫

남편의 월급과 김씨가 받는 원고료, 강연료 등 수입은 통장에 일괄해 넣어두었다가 아무 때나 필요한 쪽이 빼내 쓴다. 김씨가 계산이느린 편이라 가계부 정리는 주로 남편의 몫이다.

서씨의 부모가 일찍 돌아가신 까닭에 고부 문제란 당초부터 없다. 대신 서씨는 광주 처가에 1년에 4~5차례씩 내려가고 수시로 전화해안부를 챙기곤 한다. 장모님으로부터 “딸에게 잘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보곤 한다.

서씨는 아내가 업무상 남자들을 상대하는 일이 잦은데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적극 지원하는 편. 심지어 얼마전 김씨가 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도 “다면적으로 인간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니 집안 일에 신경쓰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오라”고 격려해 주기도 했다.

▦ 가족 신문으로 공통 관심사를

이들 부부는 타블로이드판형의 가족신문 ‘종이 비행기’를 3년째 매달 발행하고 있다. 가족과 친척들의 일상사나 각종 경조사가 그 내용. 처음 4개면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6개면에 발행부수도 100부 남짓되고 독자투고도 들어온다고 했다.

“한번도 발행일을 어긴 적이 없다”고 남편이 자랑하자, 아내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획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부관계를 재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가족 신문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레저 등 공동으로 참여하는 관심사가 있으면 평등부부 이루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그래도 갈등이 없을 수야

“결혼 초 큰 아이가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 고생한 적이 있었어요. 남편이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이 안부는 한마디도 않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당신이 아빠야?’하고 소리쳤지요. 여자는 출산과 동시에 ‘엄마’가 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은가봐요.”

시위 전력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서씨는 대학을 11년만에 졸업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들어갔다가, 여기서 근무하던 김씨를 만났다. 시민단체의 박봉으로 어렵게 살다보니 자연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내의 말. “어느 날인가 지나 온 부부싸움들을 곰곰히 뜯어보니 태반이 자존심 때문임을 알게됐어요. 환경, 성격,친척관계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나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인정하면서부터 싸움의 빈도가 줄어들고 싸운다고 해도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짖꿎게 “그래도 서로에게 못 마땅한 게 있을 것 아니냐”고 채근했다.

“남편이 워낙 사람이 좋아 남의 무리한 부탁도 거절하지못해요. 그것만 빼면 만점 신랑인데….”“아내가 성격이 화끈해서 뭐든 가슴에 담아두질 못해요. 또 아이를 엄격하게 키우는 건 좋은데 조금만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럴 듯한’ 불평을 기대했던 게 머쓱해졌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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