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정왕동 M아파트에 사는 박모(31·여)씨는 요즘 창밖에서 날아드는 악취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아파트에서 불과 500여㎙떨어진 시화공단에서 뿜어내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스며드는 탓이다. 날씨가 잔뜩 흐린 날이나 세찬 바람(서풍)이 부는 날이면 악취로 숨조차 막힐 지경이다.
여름철만 되면 창문을 빈틈없이 막아놓고 에어컨을 가동하지만 문틈에서 스며드는악취를 막을 수는 없다. 빨리 돈을 벌어 이 아파트에서 ‘탈출’하는 것이 박씨에겐 최고의 꿈으로 자리잡았다.
반월공단에서 3㎞가량 떨어진 안산시 고잔지구 K아파트에 사는 최모(28·여)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꼭집어 무슨 냄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심한 화공약품 냄새 때문에 ‘올여름엔 아파트를 내놓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박씨와 최씨처럼 여름철이면 ‘악취와의 전쟁’을치러야 하는 시흥ㆍ안산지역 주민은 넉넉잡아 20만명.
내년 말이면 안산 고잔 신도시에 8,000여세대의 아파트가새로 들어서 악취로 고통받는 주민은 더욱 늘어나고, 악취 민원은 거세질 전망이다.
반월ㆍ시화 공단의 3,000여개의 중·소형공장에서 뿜어내는 연기와 함께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야기되는 민원은 연간 2,000건을 넘어선다. 또 환경청의 특별단속에도연간 500여여 사업장이 악취로 적발된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악취와의 전쟁’을위해 환경감시센터를 만들어 하루 24시간 가동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공단의 동쪽에 위치하고있어 여름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편서풍을 탄 악취를 도저히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인지방환경관리청도 최근 민·관 합동단속을 벌여악취민원을 어느 정도 줄였으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실토하고 있다. 지형적으로 공단 동쪽에 주거지역을 조성하지말았어야 한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느슨한 단속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쏟아지는 민원에고심하고 있는 경기도와 안산, 시흥시는 환경청에 부여한 악취 발생 단속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히 이양하면 사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월ㆍ시화공단의 환경청 단속공무원은 15명에 불과하지만, 시도의 환경 공무원은 110명을 넘어서 이들을 투입할 경우 훨씬 효과적인 지도·단속이가능하다는 논리다.
경기도 환경국 관계자는 “악취 발생 민원이접수돼 시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해도 지자체 공무원에게는 단속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경인지방환경관리청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가 14일부터새로 시행되면 각 사업장에 악취 방지시설을 설치돼 악취 민원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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