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틱 아트(KineticArt). 직역하면 ‘움직이는 미술’쯤 되는데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이다.그러나 겨울철 동네 어귀에서 한번쯤 날려봤을 연을 떠올리면 그렇게 어려운 용어도 아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솟구쳤다가 곤두박질치는 연의 그 화려한 움직임처럼 조각이라는 3차원 미술에 움직임과 시간을 결합한 것이 곧 키네틱 아트이다.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카이스 갤러리(02-511-0668)에서 열리는 미국 조각가 팀 프렌티스(71)의 국내 첫 개인전은 서양 키네틱 아트의 생생한 현장이다.
작은 사각형이나 삼각형, 원형 모양의 스테인레스ㆍ알루미늄 조각이 가는 철사에 매달려 가벼운 바람에도 움직이는 설치작품 20점을 작가가 지난 달 말 방한해 직접 설치했다.
전시작 ‘라운드댄스(Round Dance)’를 보자. 깃털이 수없이달린 지름 122~244㎝의 둥그런 굴렁쇠 6개가 뉘어져 천장에 매달린 이 작품은 전시장에 설치된 선풍기 바람에 의해 빙글빙글 잘도 돈다. 예일대 건축학과를 나온 건축가답게 무게 중심과 공기 역학을 최대한 활용했다.
얇은 금속판 수백 개를 가느다란 철사로 연결한 ‘유체(Fluid)’도 그의 작품 경향이잘 드러난다.
‘모빌’ 작가 알렉산더 칼더처럼 철사로 만든 작은 시소를 반복적으로 연결하고 마지막 시소 양끝에 얇은 금속을 이어 붙인 구조다. 바람에 날리는 금속판의 화려한 움직임이 볼 만하다.
키네틱 아트는 원래1913년 마르셀 뒤샹이 모터로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를 의자 위에 올려놓았던 데서 출발했지만, 프렌티스의 작품은 철저히 ‘무동력주의’에입각해 있다.
모터나 페달로 움직이는 인위적인 움직임보다는 작품의 유기적인 형태와 바람에 의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에주목한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공기의 움직임은 사랑과 행복, 두려움과 쓸쓸함 같은 다양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며 “내 작품은 디자인을 공기에 맡겨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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