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되기 몇 주전부터 숱한 금리전망이 쏟아져나온다. FRB의 금리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지표가 워낙 많다보니,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은 향후 이자율의 방향을 놓고 각양각색의 예상을 내놓는 것이다.산업생산, 고용, 물가 등 정부의 공식통계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FRB가 비중을 두는 자료는 민간조사지표들이다.
경제학자ㆍ단체ㆍ조합으로 구성된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가 매달 설문조사를 통해 민간의 소비마인드를 점검하는 ‘컨퍼런스 보드 소비자 신뢰지수’는 3~6개월후의 소비동향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로 정평나 있다.
미시건 대학이 민간 소비심리를 정기적으로 분석ㆍ공표하는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도권위있는 경기선행지표로 꼽힌다. 기업 체감경기 지표로는 전미구매자관리협회(NAPM)가 생산ㆍ투자ㆍ재고ㆍ고용상황을조사하는 ‘NAPM 경기지수’가 있는데, 경기예측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컨퍼런스 보드나 미시건대, NAPM의 지수들이 추세적 상승세를 탄다면 시장에선 이를 경기회복 신호로 받아들여, FRB의 금리정책 방향을 미리 판단하고 이에 상응하는 투자행태를 보이게 된다. FRB의 단기금리(연방기금금리) 방향에 대한 시장예상을 반영하는 금리선물까지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콜금리가 5개월만에 0.25%포인트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산업활동, 물가동향 수출입통계 등 몇가지 지표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참고할 만한, 또 시장의 예측을 뒷받침할만한 경기관련지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컨퍼런스 보드나 미시건대 지수와 유사한 소비자전망조사, NAPM지수와 같은 성격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등이 여기저기서 공표되지만, 얼마나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표는 정보다. 지표의 부족은 곧 정보의 부족이며, 이는 당국과 시장의 판단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지표생산을정부가 독점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한국경제학회소비심리지수’, ‘서울대 기업경기지수’등이 나올 때가 됐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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