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위생적인 난타의 요리- 집에 가서 흉내내지 마세요.”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 국어로 제시되는 자막. 모두들 박장대소한다. 외국인 관객들도 빠지지 않는다.
서울 중구 정동의 난타 전용극장이 개관한 지도 벌써 1년, 공연은 이제 1,680회에 달한다. 열기는 오히려 더 뜨겁다.
주방장(김원해)이 주도하는 ‘분위기띄우기’ 한 판. 관객을 좌우로 편갈라 3ㆍ3ㆍ7박수를 시킨다. 박자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박수를쳐대는 관객들을 향해 그는 일갈한다.
“아줌마 나가!” 그 과장된 표정과 알아듣지도 못할 웅얼거림이 묘한 조화를 이뤄 관객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2일 열린 전용극장 개관 1주년기념행사에서는 이 공연을 무려 52회나 보았다는 회사원 민상식(35ㆍ한미은행 운송부)씨가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를푸는 데는 ‘난타’가 최고”라며 예찬론을 펼쳤다. 난타 제작사인 PMC측은 유료관객으로한 공연을 이처럼 많이 관람한 경우는 국내에는 없다며 민씨를 연말에 한국 기네스북에 올릴 계획까지 비친다.
그만큼 난타는 확실한 ‘놀거리’로인식되어 있어 배우들은 더 부담스럽다. 97년 첫 공연부터 참여해 온 최장수 멤버 서추자(28)씨는 “우리나라관객들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본래 ‘흥’이 많은 사람들인데다난타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자칫 관객들의 신명에 배우들이 휘말려 기진맥진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칼을 장난감처럼 휘두르다 보니 손이 성할 날이 없는 것은 물론 잘못 날아간 칼에머리를 찔리기도 했다. “다친 건 자랑할 게 못 돼요.
그만큼 집중을 안하고있었다는 증거니까요.” 워낙에 체력 소모가 많은 공연이라 휴식을 위해 잠시난타를 떠나는 배우도 상당수다.
하지만 서씨가 난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브로드웨이에 대한 오기 때문이다
현재 난타 공연은 내년 9월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매니저의 닥달에 꾀가 난 요리사들이 관객을 무대로 끌고 와 만두 빚는 법을 가르쳐 준 다음 자신들은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명 ‘만두쌓기’는 외국인들의 폭발적 반응으로 추가, 강화된 부분이다.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유럽, 미국 관객들의취향에 맞추어 남자배우들의 난투장면을 좀더 스펙터클하게 다듬기도 한다.
태극기, 태권도 등 우리의 상징을 한 장면이라도 넣기 위해 고민하기도 한다.‘국가대표급 공연’이니만큼 한국의 색깔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난타는이제 다국적 관객들을 앞에 두고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세련미를 더하는 데 여념이 없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