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3동하자센터 3층 무용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3명의 여성이 랩과 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눈꼬리를 고양이처럼 검게 칠한 40대, 건빵 바지에등산화를 신은 30대, 삭발을 한 채 귀와 코에 피어싱을 한 20대. 무대 의상이나 화장이 아니다.
평소 모습이 그렇다. 15평 남짓한 무용실은이들의 격렬한 몸짓과 함성으로 이미 무장해제돼 있었다.
‘깔깔마녀들의 수다 콘서트’. 이들이 4일 오후4시 경기 부천시청 대강당에 올리는 총체극이다.
개인 사정상 막바지 연습에는합류하지 못했지만 방송가의 소문난 ‘수다쟁이’인 여성학자 오숙희(42)씨까지 모두 4명이 꾸미는무대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와 춤, 노래와 연극으로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종합 콘서트다.
최고참 안혜경(44)씨가 노래를맡았다. 1남 1녀의 어머니인 그는 여성 운동쪽에서 이미 스타 대접을 받는 로커.
현재 6인조 여성 라틴재즈 그룹 ‘아마손’을이끌고 있는 그는 ‘일이 필요해’ ‘고추밭’ 등 남성 위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 곡으로 올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는 ‘여성운동 디딤돌상’을수상했다.
“세대를넘어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공감대를 화끈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가정에서 느끼는 불평등한 성역할이라든가, 여성은수동적이라는 사회적 편견 같은 것들 말이죠. 눈꼬리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도 사나운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연극배우 오은숙(34)씨는안씨보다 더 과격하다. 페미니스트 예술가 그룹 ‘생生활活’의 단원인 그는 “남성 위주의 성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도 자위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터프하고 힘있게 보이기 위해 이번 무대에서는 두건을 쓰고 등산화를 신고 나올 예정. “여성이바라본 ‘여성의 몸’을 무대 위에서 모노 드라마로 풀어 헤치겠습니다.”
노래와 춤을 맡은 막내 지현(28)씨는이들 중에서 가장 튄다. 여성밴드 ‘마고’ 출신인 그가 꼭 삭발을 하고 코를 뚫어서가 아니다.“결혼은 너무 끔찍하다.
상상해본 적도 없다”는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완전한 ‘여전사’ 이미지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게 믿어지지않는다.
이번 콘서트에서 부를 자작곡‘아저씨, 싫어’는 지하철에서 아무 여성이나 더듬는 남성을 더 이상용서하지 않겠다는 내용.
“그렇다고 무대에서 선전ㆍ선동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일단은 마구 신나게 한판 놀고 싶어요. 그러면서 남성만의 세계에 돌을 던지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이들은다시 신나게 연습을 시작했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휘돌리는 모양이 더욱 힘있어 보인다.
가상의 관객에게 시비를 걸고 주먹을 휘두르더니 서로 어깨를부딪히며 깡패 흉내까지 낸다. “이봐, 아줌마, 뭐해?”
“여기에수다쟁이 오숙희씨까지 가세하면 더욱 볼만하겠죠? 그는 이번 콘서트의 내레이터 역할을 맡습니다. 여성에 대한 모든편견을 떨쳐버리세요.
그리고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몸과 내부를 활기차고 경쾌하게 해석한 이번 무대를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 부산 청주 안산 등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달려갈 것입니다.” 이들의 연습 무대를 묵묵히 지켜보던 여성 연출가 문성희(37)씨의말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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