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가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가득 채웠던 즐거운 흥분을 지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산뜻한 흰 옷 차림으로 등장한 그들의 연주가 얼마나 멋지고 경쾌했는지, 젊은 지휘자키스 록하트가 얼마나 신나게 지휘를 했는지, 돌이켜보면 유쾌한 추억이다.
덩치 큰 더블베이스를 핑그르르 돌리고, 탬버린을 공중 높이 던져 올리고, 트롬본들이벌떡 일어나 줄 맞춰 흔들어대던 모습이란. 익살과 재미를 곁들인 훌륭한 연주였다.
연주자들 스스로 한껏 즐기며 “팝스콘서트는 이런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외치는 것 같았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들이 들려준 음악은 여름 더위를 잊게 했다.
116년 전통의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는 가볍게 즐기는 편안하고 수준 높은 팝스콘서트의 대명사다.
유서 깊은 보스턴 심포니가 1885년 보스턴 뮤직홀에서 미국 최초의 프롬나드 콘서트(이리저리 거닐며 보는 음악회)를 선보이면서출발했다.
지금도 보스턴 팝스의 단원 대부분이 보스턴 심포니 소속이다. 역대 지휘자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아서 피들러.
1915년부터 50년간이 악단을 이끌며 정상에 올려놓았다. 1980년부터 1993년까지 재임했던 존 윌리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조스’ ‘스타워즈’ ‘슈퍼맨’ ‘ET’ ‘신들러 리스트’ 등의 영화음악 작곡가로도유명한 거장이다.
지금의 지휘자 키스 록하트는 1995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윌리엄스의 뒤를 이었다. 젊고 잘 생긴데다 음악적 열정과 능력에유머까지 갖춘 록하트의 등장 이후 보스턴 팝스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록하트와 보스턴 팝스가 다시 온다. 25, 2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프로그램 1부는클래식, 2부는 영화음악ㆍ뮤지컬ㆍ재즈ㆍ팝송 등이다.
협연자는 25일 소프라노 조수미, 26일 국악 창법의 대중가수 장사익과 하프 연주자 곽 정이다. 조수미는 뮤지컬 ‘마이페어 레이디’ 중 ‘밤새 춤출 수 있어요’와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부른다.
장사익은 가요 ‘님은먼 곳에’, 곽 정은 델투어의 ‘하프와 관현악을위한 재즈 협주곡’ 중 피날레로 관객을 만난다.
보스턴 팝스가 매년 여름 로스앤젤레스의 야외음악당 할리우드 볼에서 갖는 연주회나보스턴의 전용홀에서 여는 팝스콘서트는 자유로이 먹고 마시면서 보게 돼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비좁은 의자에 갇힌 채 보는 것은 사실 답답한노릇이다. 야외에서 여름 밤의 바람과 별빛 아래 즐긴다면 더 멋질텐데, 아쉽다. 이번 공연을 찾을 여러분은 딱딱한 정장은 피하시도록. 느긋하게즐기는 자리이므로. (02)399-1551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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