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범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놓고 가타부타 할 수는 없다. 법원 나름으로 법의잣대에 따라 엄정하게 죄의 경중을 따졌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및 회계책임자 5명에 대한 서울 고법의 항소심선고 내용(여야 의원 3명에게 1심보다 가벼운 벌금 80만원 선고)을 놓고 본다면, 법원의 판결은 일반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선거법 위반 사범을 다루는 법원의 분위기가 점차 무르게 보이는 것은 매우 유의할 만한 일이다.
16대 총선 전, 선거재판을 1년 안에 끝내고 불법 당선자에게는 당선 무효형을선고하겠다고 한 대법원의 다짐은 여전히 국민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이 같은 다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뒤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선거법 위반 사건 상당수가 아직도1심에 머물러 있고, 판결 내용도 당초 다짐과는 차이가 있다.
1심이 끝난 사건 중 82% 가량이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벌금 80만원 이하를 선고받았고, 그나마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확정 판결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
16대 선거사범을 다루는 법원에 대해 ‘솜방망이법원’ 이라고 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는 것이다.
1심과 2심 등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 선고를 받은 의원은 공교롭게도민주당 4, 자민련 1, 한나라당 5명으로, 여야의 의석 수 비례와 같거나, 또는 상대적으로 여당쪽에 다소 유리한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법원이 정치권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입법 사법 행정간의 건전한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할 때, 사법부가 입법ㆍ행정부보다 우위에 있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입법부나 행정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선거재판이 늦어지는 것은 해당 의원들이 의원직 유지를 위해 고의적으로 지연작전을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법원이 총선전의 다짐대로 과연 선거사범 재판에 성의를 갖고 임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성찰을 해 볼필요는 있다고 본다.
점차 만연돼가는 돈 선거 풍토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새로운 각오로 선거재판에 임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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