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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베트남 ‘도이모이’와 한국

입력
2001.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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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S 맥나마라 전 미 국방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베트남전 참전은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라고 했다.‘베트남의 비극과 교훈’ 제하의 회고록은 ‘잘못된 전쟁’에 관한 ‘후회’로가득하다. 전쟁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간 자신과 미국의 결정이 얼마나 무모했는가를 고해하는 듯 싶다.

그가 베트남전의 책임자가 된 것은 운명적이다. 포드 자동차 사장으로 한창 잘 나가던 1961년 하버드 동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간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무모한전쟁에 미국은 연(延) 650만의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았고, 피크 타임엔 54만3,400명을 주둔시켜야 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은 이 전장에 총 785만 톤의 폭탄(총탄은 제외)을 퍼부었고, 적의 은폐물을 없애려 인체에 치명적인7,500만 리터의 고엽제(다이옥신 포함)를 살포해야 했다.

2차 대전 미국이 사용했던 폭탄량이 205만 톤이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전쟁의참혹성을 알만 하다.

20여년간 미국은 이 전쟁에 자그마치 3,52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2차 대전후 서유럽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소위 ‘마셜플랜’에투입한 돈이 114억 달러였다는 사실로 보면 비록 십 수년의 시차가 있다고는 해도 이 전쟁이 얼마나 소모적이었는가를짐작케 한다. 싸르트르가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한 전쟁’이라고 한 까닭도이런 연유일 것이다.

300만이 넘는 베트남인과 58,000여명의 미군이 죽었고 부상자만 400만 이 넘었다. 맥나마라는 서문에서 “잘못된전쟁이 왜 일어났는가를 다음세대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할 책임이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결론 맺었다.

지난 주 베트남을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근 100년에 걸친 항불투쟁과 20년 항미투쟁(베트남은 프랑스와 미국과의 전쟁을이렇게 불렀다)끝에 통일을 이룬 베트남의 화두는 단연 ‘도이 모이(쇄신)’였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언론계 인사들과 만난 트란 둑 루옹 국가주석 등 베트남 지도부의 한결 같은 소망은 경제건설과 이를 위한외자 유치였다.

한국군의 참전이 혹 양국관계의 걸림돌이 아닐까 했던 우려는 기우였다. 과거사에 대한 입장은 단호했다. “과거는밀쳐두고 미래를 위해 협력한다(put aside the past and cooperate for future)”고했다.

그들은 ‘한국군 참전’ 대신 ‘박정희용병’이란 말로 참전이 우리 국민의 뜻과 무관했음을 애써 ‘배려’ 했다. 대국다운 기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사 흔적을 지우기 위해 정부는 한국군 옛 주둔지역에 교사를 신축하는데 힘을쏟고 있다. 올해 20개교 완공에 이어 내년에도 20개교를 더 지을 계획이다.

1986년 시작된 개혁은 단숨에 ‘100만 톤 쌀 수입국’을‘500만 톤 수출국’으로 변모시켰다. 3모작 국가에서 아사자가 생긴 모순을 극복한 것이다.

그들의 이상적 성장모델은 한국이며, 1992년 수교이후 양국 관계는최상이다. 투자 4위국이자, 다른 나라들이 기피하는 중화학에 까지 투자를 하는 한국이 그들에겐 미더운 친구다.

베트남엔 현재 한국 드라마 붐이 한창이다. 한국 유명 탤런트들의 코팅된 얼굴사진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고 ‘장동건을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다.

이곳에서 방영된 드라마 ‘모델’의여주인공이 선전하는 국산화장품은 이미 프랑스 제품을 압도했다.

한국은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우수한 친구를 둔 셈이다. 교육열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대학만 들어가면 징집을 면제 받는다.징집자원이 풍부한데 고급 인력까지 징집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논리다.

내년이 한-베트남 수교 10주년이다. 미래지향적 관계정립을 위한 차원 높은대책이 있어야겠다. 한계 기업들이 거둔 성공사례에 도취돼 큰 것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정권과 언론이 사생결단 하듯 맞붙은 미증유의 사태다. 노벨평화상 받은 나라가 무슨 꼴이냐고 비웃을 것만 같다. 무엇이 나라의장래를 위하는 길인지 베트남의 과거사 정리에서 교훈을 찾을 순 없을까.

노진환 논설실장 jhr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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