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죽는 일.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두산동아, 표준국어대사전)●새 정의:극단적으로 좋다, 혹은 싫다.
●용례:“시험 어땠어” “완전죽음이야”
비속어가 우리 문화로 들어와 정규 용어로 자리잡는 데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인스턴트 라면 광고로 ‘끝내준다’는말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
이전에는 ‘시쳇말로 끝내 준다는거지요’ 식의 설명이 없이는 점잖은 대화에서는 쓰지 못하던 말이었다.
그러나 비속어는 점차 더 높은 강도를 요구하게 된다. 특히 신세대적 어법이 힘을얻으며 ‘끝내준다’는 말보다 더욱 강도가 높은 말을 찾게 됐다.
그렇다면 가장 강도 높은 수식은 무엇일까. 다소간의 경건함이나 거리감이 있던 ‘죽음’ 이라는 말을 끌어다 기분이나 감정,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대체한 것은 더욱 강한 표현을 원하는 신세대적 발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것이다.
구세대가 ‘죽음’의의미를 확장해 쓸 때는 “이제 난 죽었어(모든 게 끝장났다)”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거운 단어였던 ‘죽음’은 극단적으로 좋거나 나쁜 상황을 표현하는 경쾌한 말로 치환됐다.
이를테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떠먹은 후 “(눈을 크게 뜨며) 죽음이다”라고 말한다. 이 때 죽음은 ‘뒤집어지다’ ‘쿨하다’ 등의 비속어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의미로도쓰인다. “그 남자 어땠어?” “(인상을 쓰며) 죽음이야” 이때는 별 설명이 없어도 “좋지않다” “깬다”는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세대들의 언어가 지극히 사적(私的) 언어화하면서 이런 표현들은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매우 낯설게 들린다.
그러나 단순히 단어뿐 아니라 얼굴 표정, 손짓 등 좀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고 있는 신세대들은 “죽음이야”라는 단어의 의미를 고정하지 않고,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분화해 사용한다.
물론 처음 이 대화에 끼어든 사람은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전세계의 언어를 하나로 만들려던 바벨의 후예들은 좀 더 ‘끼리끼리’ 만 헤아릴 수 있는 말을 만들려 애쓴다. 통합과 분화는언어의 속성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