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여성들은 영욱(김남주)을보면 꼭 자기자신을 보는 것만 같다. ‘내 얘기 같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영욱을 닮고 싶어 한다.그렇게 성공한 듯한 삶을 살고 싶다. ‘저렇게영악하게 살아야 하는데’하면서. 장년층 여성들도 영욱이 꼭 남의 일 같지 않다. 꼭 내 딸, 내 며느리 같다. 영욱은 이 시대의 전형적인 딸이자며느리인 셈이다.
딸로서의 영욱은 요즘 여성들모습 그대로이다.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에는 영욱은 아직까지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무엇보다 친정어머니(이효춘)의 기대를 저버리고 가난한집 맏아들 태주(차인표)를 선택한 것에 대해, 어머니에게 지고 있는 부채감이 크다.
자신은 날개를 꺾어야 했지만 자식에게만큼은 그런 삶을 물려주지않겠다는 영욱어머니의 의지는 어머니 세대의 공통 정서이다. 똑똑하고 잘났고 그래서 남부럽지 않은, 영욱의 결혼 전 생활은 이 같은 어머니의 욕심과헌신에 빚지고 있고 영욱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영욱이 친정어머니의 대리만족을 위한 삶을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던 것,친정어머니의 삶을 절대로 닮고 싶지 않았지만 닮아가는 것이야말로 동세대 여성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영욱은 지금 가난한 집 맏며느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살아 온 환경과는 전혀 딴판이지만, 영욱은 그럭저럭 해낼 것 같다.
천성적으로 영악하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편이니까.아침 일찍부터 새로 지은 밥과 국을 싸들고 찾아오고 빨래를 잘못했다며 나무라는 시어머니에게 “이렇게 살림에 간섭하는 게 불편하다”며 거침없이 대들지만,밉상스럽기만 한 며느리는 아니다. 결혼 후 첫 월급을 탔다며 시집식구 속옷을 사 들고 가서 시어머니를 흐뭇하게 만들 줄도 안다.
그러나 결핍을 모르고 살아 온부잣집 외동딸과 책임만 잔뜩 짊어진 가난한 집 장남의 결합은 숙명적으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월요일이 좋았어. 주말에 쉴 수있었으니까. 하지만 결혼하고서는 월요일 아침에는 힘이 쑥 빠져버린 느낌이야.”
결혼한 영욱은 삶이 버겁다. 물위에 우아한 자태로 떠있기 위해 물밑에서는발버둥쳐야하는 백조처럼 기를 쓰고 버텨보지만, 결혼 전과 달리 남편의 책임을 함께 나눠야하는 현실이 부담스럽다.
사회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고이뤄지기 힘들 것 같은 사랑도 얻어낸 여자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 영욱은 행복하기만 한 것 같지는 않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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