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소설, 알레고리, 미학 논문 따위로 단정하는 것은 그 책의 표지가 노랗다거나그 책이 왼쪽에서 세번째 선반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소설가 이상운(42)씨는 새 작품집 ‘제발 좀 조용히 해줘’(하늘연못 발행)를 설명하면서 베네디토 크로체를 인용했다.
그는 “형식적으로 이야기와 에세이와 산문시가 자신의 담을 허물고 어울려 노는 열린 공원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가 앞서 ‘픽션클럽’ ‘달마의 앞치마’ ‘탱고’ 등에서지속적으로 시도했던 전략이다.
이씨는‘제발…’에서‘후기’를포함한 24개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 번득이는 사유와 깊은 성찰을 끼워넣었다.
그는 ‘사랑한다면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비웃고(‘똑같은 건 재미없다’), 인연을 찾아 헤매는 남자에게 “살아보면 반드시 그 사람 이어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고가르친다(‘포송령을 읽는 밤’).
작금의 패거리주의를 ‘개떼’에 빗대고(‘개떼’), ‘내가무슨 짓을 했는지 말할 수 있는 자 누구냐’며 남의 글을 강탈하는 표절 행태를 질타한다(‘오! 귀신들’). 짧은생각의 편린마다 무섭게 돋아나는 풍자의 칼날이 날카롭다.
툭툭 생각하는 대로 던진 이야기들을 엮어내면서 그는 “침묵이 그립다. 내가 내뱉는 언어들이 다 사족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책의 제목을 ‘제발 좀 조용히 해줘’라고 붙였다.
책의 첫장인 ‘함께하지 않겠어?’는 프란츠 카프카의 두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씨는 “두 개의 문장을 찾아내 나란히 놓아둔 사람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라고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책의 제목에 관한 것도 털어놨다. “이 책의 제목은 레이몬드 카버의 슬픈 쇼트 스토리 ‘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에서차용한 것입니다.” 책의 한장인 ‘표절에 대하여’를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씨는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고민과 반성을 실천으로 옮겼다.
金志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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