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피라미드 회사에 투자한 거액의 투자금을 찾기 위해 납치극을 벌였던 가정주부들에 대해 법원이 “납치극에 이른 동기가 이해된다”며 선처를 베풀었다.한모(41)씨 등 4명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3,500명을 상대로 2,700억원을 가로챈 금융피라미드회사 리빙벤처트러스트의 사기극에 휘말려 투자한 12억여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사기극의 주범으로 도망다니던 대표이사 함모씨가 100억원대의 돈을 은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들은 함씨 부인을 납치, 돈을 받아낸다는 ‘자구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치밀한 계획으로 지난해 11월1일 함씨 집 앞에서 함씨 부인을 납치해 10일 동안 끌고 다니며 함씨를 협박했다.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없었던 함씨가 자수해 납치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는 바람에 주부들의 범행은 들통나고 말았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사건은 우연히 리빙벤처트러스트의 사기극을 담당했던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장해창ㆍ 張海昌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이 재판부는 “가난한 서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고통을 주었다”며 회사 부사장 유모(48)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주범들에게 징역 20~10년의 엄한 처벌을 내렸었다.
재판부는 1일 한씨 등 주부 3명에 대해 인질강도미수 등의 죄를 적용해 징역1년6월~2년과 집행유예 2~3년을, 강모(30)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질만 보면 실형을 선고할 수 있다”며 “다만 사기 피해가 컸던 만큼 범행에 이르게된 동기가 이해돼 집행유예라는 선처를 베푼다”고 밝혔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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