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7월 일본 도쿄.택시를 탔다가 가방을 두고 내렸다. 택시선진화센터에 신고를 하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즉시 신고를 해 두었다.일주일 뒤 변두리 경찰서에서전화가 왔다. 내용물에 관한 설명을 들어보니 내 가방임에 틀림없어 경찰서를 찾아갔더니, 택시 운전사가 파출소에 맡겼다고 했다.
가방 주인의 신분에관한 단서는 신문사 전용 원고용지뿐이었는데, 경찰은 한국일보사 도쿄지사에 전화를 걸어 연락처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2000년 4월 서울. 지하철 선반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 즉시 유실물센터에전화를 걸었다. “종점에서 수거한 유실물을 모아 보관하는 곳이 있으니 들어오면 연락해 주겠다”는 말을듣고 우리나라도 좋아졌구나 싶었다.
그러나 가방은 돌아오지 않았다. 승객이 집어간 모양이었다. 가방 속에 든 것은책 두어 권뿐이었다.
도쿄에서 잃어버렸던 가방은 그보다 비싼 것이고, 안에는 카메라까지 들어 있었다.두 나라 국민의 정직성에 관한 인식을 굳혀준 체험이다.
■ 리더스 다이제스트> 7월호에 각국 국민의 정직성을 평가한 기사가났다. 한국은 일본 호주와 함께 공동 3위였다. 두번의 경험에서 굳어진 인식은 잘못이었다.
평가방식은 16개국 도시 길거리에 지갑을 여러 개 떨어뜨린 뒤 몇 개가 주인에게돌아가는지 집계한 것이다.
지갑에 50달러 정도의 현금과 지갑주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어두었다. 100% 회수된 노르웨이 덴마크가 1위,90% 회수된 싱가포르가 2위, 60%대 회수율의 미ㆍ영ㆍ불(60%대)은 4~6위였다. 한국 회수율은 70%.
■ 부정직한 나라로 분류된 나라는 네덜란드 독일 러시아 필리핀 이탈리아 중국 멕시코였다. 최하위는 회수율 21%의 멕시코, 그 위는 30%의 중국이었다.
편집진이 각국 도시에 던진 지갑은 모두 1,100여개로,한국에는 서울과 인천에 30개 정도가 던져졌다. 이 정도의 샘플조사로 국민의 정직도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같은 자로 잰 결과이므로 비교가치가있다. 국제 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우리나라 공직자 청렴도 지수는 91개국 중 42위다. 국민은 정직한데 나라는 부패한 이 기현상을 어떻게이해해야 하나.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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