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速步)냐, 우보(牛步)냐?언론사 세무고발사건과 관련,검찰의 수사속도와 방향을 둘러싸고 여론이 분분하다.
속보수사는 수사 장기화 시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검찰 수사가 왜곡될 것을 우려, 검찰과 국세청이 공조해 신속하고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수사실무 측면에서도 국세청이 4개월 넘게 각 언론사의 자금흐름을 샅샅이 파악한 만큼 검찰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속보 수사론에 힘을 주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예상보다 언론사별 고발액수가 작은 것은 그만큼 똑 떨어지는 사안만을 고발한 것이 아니겠느냐”며“수사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고 말해 신속한 수사를 뒷받침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29일 수사착수와 함께 서울지검 특수 1,2,3부 검사 및 직원에다 세무조사에 참가한 20여명의 국세청 직원 등 50여명이 일제히 동원, 소환 전 기초 조사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검찰은 1주일 내에 회사 관계자를 소환하고 이 달 말까지는 사주 등 피고발인 소환과 사법처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보 수사를 예상하는 측에서는 고발내용이 방대한데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2~3개월 정도의 장기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 조사가 자금흐름이라는 구슬에 집착한 반면 검찰 수사는 이를 범죄사실로 꿰어 재판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엄밀한 조사와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해외자금 도피 등에대한 국세청의 추가고발이 예정돼있어 혐의사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국세청 조사에서 일부언론이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처럼 신병처리와 관련된 검찰 수사에서는 반발이 더욱 거셀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의 협조여부가 수사의 속도는 물론, 성패와도 직결될 것”이라는 말로 신중론을 제기했다.
속보론과 우보론이 각각 설득력을얻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양자를 절충한 방식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고발내용이 낱낱이 공개된 터라 검찰은 해당 언론사의 반박을 무력화할 만큼 충분한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여론의 추이를 파악한 뒤 특정시점을 기해 일제히 소환, 신속하게 사법처리에 나선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검찰 수사는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다”고 절충론의 배경을 설명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言 "최강 칼엔 최강 방패로"
최강으로 평가받는 검찰수사진에 맞서 각 언론사도 거물 변호사를 선임,향후 수사과정과 법정에서 뜨거운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사주가 고발된 회사들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접촉중이다.
조선일보는 '장영자·이철희 사건'과 '명성그룹 사건등 초대형 금융사건을맡았던 '특수통'이명재 전 서울고검장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별검사였던 지검장 출신의 강원일 변호사를 형사담당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세무 문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최광률 변호사와 접촉중이다.
동아일보는 옷로비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와의 의견차이로 사표를 낸 전 대검 수사기획관 이종왕 변호사와 옷로비 사건 특검보를 맡았던 검찰 출신의양인석 변호사를 검찰의 '카운터파트'로 배치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상길 서울지검 3차장 검사가 이 변호사 사퇴 직후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냈기 때문에 특히 검찰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또 대법관 출신의 이용훈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김종훈 변호사를 세무 분야에 선임키로 했다.
국민일보는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조승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에 형사사건을 맡기기로 했고 세무는 일단 경험많은 세무사들의 검토를 거친 뒤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대한매일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김진세 전 대정고검장이 속한 법무법인 율촌과 접촉중이다
한편 한국일보는 형사와 세무 모두 법무법인 세종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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